아프리카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소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2일(현지 시각) 일본 영문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상하 양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크렘린궁 제공)

지난 20일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Rosatom)은 이집트 첫 원전인 엘다바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엘다바 원전은 오는 2030년에 전면 가동될 예정이다. 이 원전은 가압형 원자로(PWR)가 4개 들어설 예정이며 총발전 용량은 4800MW(메가와트)다.

지난 2015년에 러시아와 이집트는 엘다바 원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모스크바에서 원전 공사 비용의 85%인 250만 달러(약 32억7775만원)를 카이로에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 리카체예프 로사톰 대표는 “엘다바 원전 건설 계약은 아스완 댐 건설 이후 양군 간의 가장 큰 프로젝트다”라고 했다.

최근 아프리카 내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원전을 향한 관심도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에너지 수요가 7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프리카의 원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쾨버그 원전 하나뿐이다.

몇몇 국가들은 전력 수요 공급을 충분히 늘리기 위해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3월 4000MW 원전 건설 계약 입찰을 시작했다. 가나는 올해 말까지 원전 부지를 정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원전 건설 수요가 꿈틀대는 상황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건 러시아다. 로사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에 로사톰은 나이지리아·가나와 원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로사톰은 에티오피아, 잠비아, 모로코와도 2017년 협력 협정을 맺었다. 로사톰은 아프리카 원자력 공학자 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잠비아와 르완다에 기술 교육시설을 세우기로 약속했다.

러시아의 원전 외교는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질서가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아프리카 원전 외교로 러시아 우호국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2일 유엔(UN)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나왔을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25개국은 기권하거나 투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