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스턴의 한 주택 건설 부지에 매매가 완료됐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치솟았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G2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금리인상에, 중국은 규제 후폭풍에 관련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 시각)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연율 기준으로 전월보다 14.4% 급감한 155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수치가 1년여 만의 최저치이며, 월간 감소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봄 이후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155만건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69만 건을 크게 하회한 것이기도 하다.

중·장기 주택시장 공급을 결정하는 신규주택 허가 건수도 전월보다 7% 감소한 170만 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였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미국 주택시장 통계가 주택건설 시장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에 이어 6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16일 발표된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5.78%를 기록해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3.5% 수준에 불과했던 모기지 금리가 최근 5%대 후반으로 치솟자 주택 수요도 급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진 중국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16일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의 70대 도시 주택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5월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0.17%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하락 폭은 4월의 0.3%보다는 축소됐지만 하락세는 9개월째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수치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반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격 뿐 아니라 거래량도 감소추세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해, 5월 중국의 부동산 판매 면적이 지난해 동월 대비 31.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5월 감소 폭은 직전 4월의 39.0%보다는 줄어들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말부터 ‘공동 부유’를 내세우며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헝다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는 등 부동산 업계부터 심각하게 위축됐다. 실질적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까지 얼어붙자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완화 기조로 돌아섰으나, 코로나19 쇼크와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 위험에 주택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캐나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 주택 시장 역시 지난달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캐나다 부동산 협회는 이날 월간 주택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5월 전국의 주택 거래가 총 5만3720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 전달보다는 9% 가까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주택 거래 가격도 71만1000 캐나다달러(약 7억원)로 2월 이후 석 달 새 13% 하락했다. 협회 관계자는 원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으며 “너무 빨리 이런 시점이 도래해 놀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기간 폭등했던 한국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비슈루트 라나 글로벌 레이팅스 이코노미스트는 ‘달아오른 아시아 주택시장 일부는 금리인상으로 진정될 것’이란 보고서에서 “이미 한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주택거래가 둔화하고 있고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리가 오를수록 이들 국가의 주택가격은 더 하락할 것”으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 통화긴축기에 소득수준이 높은 호주, 뉴질랜드, 한국은 금리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면서 “공급부족 때문에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집값이 조금만 조정을 보이더라도 주택거래와 가계신용이 약해져 경제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라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주택시장이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가계대출 증가속도 ▲집값 상승 속도 등 3가지 구조적 관점에서 모두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위축은 경제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