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사 수낙 차이나. /로이터 연합

중국 3위 부동산 개발사 수낙차이나(Sunac China Holdings 融创中国 룽촹중궈)가 11일까지 지급했어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 2950만 달러(약 380억 원)를 내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중국 경기 급랭 속에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시장 부양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지만,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수낙은 12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달러화 채권 이자 2950만 달러를 30일간의 지급 유예 기간이 끝나는 11일까지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한 안에 내지 못해 30일의 시간이 더 주어졌는데, 끝내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해당 채권 금리는 7.95%로, 원금(7억5000만 달러) 만기는 2023년 10월이다.

수낙은 앞으로 갚아야 하는 다른 채권 이자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달러화 채권 이자 네 건의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다. 모두 30일간 지급 유예 조항이 적용돼 이달 안에 모두 갚아야 하지만, 사실상 지급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나머지 세 건의 이자는 총 7530만 달러(약 970억 원)다. 수낙은 “새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주요 대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부동산 개발사의 주택 판매가 크게 줄었다. 수낙은 3~4월 주택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 초 신용 평가사들이 회사 신용등급을 대거 강등한 영향으로 자산 처분과 자금 확보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수낙의 달러화 발행 채권 총액은 77억 달러(약 10조 원)다. 이번 달러화 채권 이자 미지급으로 나머지 채권에도 교차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수낙이 발행한 달러화 채권 규모는 헝다그룹(에버그란데그룹), 카이사그룹, 컨추리가든(비구이위안)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이 중 컨추리가든을 제외하고 모두 자금난으로 디폴트를 냈다.

중국 도시 봉쇄 확대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사 중단이 잇따르면서 주택 구매 계약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