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경제를 마비시킨 중국의 극단적 봉쇄 정책이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탈(脫)중국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최근 봉쇄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하게 됐다”며 “중국 내 일부 생산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제는 제안 단계를 넘어 액션 플랜의 단계가 됐다”고 분석했다.

애플 로고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에어팟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상하이 봉쇄로 애플의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등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 경제권인 창장삼각주 봉쇄의 영향으로 이번 분기 애플의 출하량이 대략 30∼40% 급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애플이 다른 공급자를 잘 찾아야만 출하량 감소율이 15∼25%까지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봉쇄가 특히나 중국 전자·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창장삼각주를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 애플에 큰 타격 요인이다. 랩톱 제품인 맥북의 경우 전량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사인 대만 광다컴퓨터(Quanta)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공장은 봉쇄 여파로 3월부터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달 하순에야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궈 애널리스트는 이 때문에 맥북 프로 제품의 경우 주문 고객 배송이 최대 5주까지 지연됐다고 전했다. 또 세계 전자산업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장쑤성 쿤산시가 봉쇄되면서 아이폰 등 다양한 애플 제품을 조립·제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의 공장 두 곳이 운영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상하이 봉쇄 외에도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중국에서는 곳곳에서 전면 또는 부분적 봉쇄가 벌어지면서 중국 전역의 애플 공급망이 영향을 받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의 기술 허브인 선전시가 봉쇄되면서 폭스콘 선전 공장들이 수일간 가동을 멈췄으며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도 인근의 봉쇄 영향으로 근로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도 상하이 봉쇄의 여파가 반영되는 2분기에 실적 악화를 예상한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콘퍼런스 콜에서 코로나19 및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차질로 2분기 매출액이 최대 8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기지이자 거대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전역의 잇따른 봉쇄 사태로 애플도 만만찮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와 베트남 등지로 서서히 옮기던 생산기지 이동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SCMP는 “중국의 주요 금융·제조업 중심지인 상하이와 장쑤성 일대의 엄격한 봉쇄로 애플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19 혼란 이후 정상화하는 베트남과 인도가 애플의 공급망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