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심각한 경기 침체를 감내하더라도 기준금리를 5~6%까지 올려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는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 빌딩 /트위터 캡처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가정했을 때 기준금리가 5~6%까지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중립 금리(잠재 성장률 달성시 균형 이자율)를 2.5%로 추산하고 있는데 반해, 도이체방크는 중립 금리를 5%대로 추산하면서 “연준이 2.5%까지 금리를 인상하려는 계획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에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려는 조치가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등의 후폭풍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연준에서는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누를 수 있는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도이체방크는 역사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은 적은 없다고 했다. 또 연준의 긴축 정책이 금융 격변을 일으켜 오는 2023년 말까지 심각한’(major)’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도 4.5∼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2024년 중반에는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며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연준이 더 이른 시기에,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수록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피해는 더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도이체방크의 전망이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더 비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이달 초에도 주요 금융기관 중 가장 먼저 미국이 ‘경미한’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는 있으나 필연적이진 않다”는 골드만삭스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UBS와는 다른 전망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9조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