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부양을 위한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화는 이번달 들어 달러대비 7%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일본 통화로는 ‘최악의 달’이다.

28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 사무실 전광판에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 평균주가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표출되고 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3엔대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화 가격이 달러 대비 2% 이상 하락한 125엔을 기록하면서 트레이더들이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기로 결정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엔화 하락은 일본과 다른 나라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장기금리 상승 억제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하루에 두차례 ‘지정 오퍼레이션(지정된 가격으로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 이하 지정 오퍼)’을 단행하면서 BOJ와 다른 주요 중앙은행간 금융정책 격차 문제가 부상했다.

앞서 일본 은행은 경기 부양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음에도 채권 수익률을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엔화 하락으로 인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재무성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엔화 약세를 위해 개입해 온 BOJ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자크 판들 골드만삭스의 외환전략담당 공동책임자는 “여기서부터 매도(sell-off)가 계속된다면 엔화 지원 개입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UBS의 아다치 마사미치 이코노미스트는 “재무성이 실제 개입을 결정하는 데는 ‘수준’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통상 달러당 125엔 안팎의 엔화 환율은 정책 입안자들의 허용 범위로 간주된다.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통화 전문가는 “일본 당국의 실제 개입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