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에 외국기업도 자국의 반도체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의회가 반도체 기업 지원 법안을 심사 중인 가운데 미국 기업인 인텔이 “미 정부는 미국 기업만 지원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삼성전자 제공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상무부에 제출한 A4용지 10장 문건에서 “삼성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생산과 추가적인 글로벌 설비 용량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목표와 잘 맞아떨어져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인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CHIPS)을 언급하고 “CHIPS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목표를 지원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게 인센티브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무부는 기업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는 한,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해당 법안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TSMC도 “본사 위치에 기초한 자의적인 편애와 특혜 대우는 보조금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기존 공급망을 중복해서 만들려 해선 안 되고, 혁신을 추동하기 위해 외국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민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세계 1, 2위 업체다. 삼성과 TSMC가 이런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인텔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중순부터 인텔은 미국 납세자의 돈이 들어가는 만큼 미국 기업에 이 인센티브가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삼성과 TSMC를 인센티브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반도체를 미국 안보·경제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했다.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최우선시하면서 대만·한국 등 글로벌 공급망 최정점에 있는 기업들의 국내 유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과 하원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위해 520억 달러의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했다. 하지만 상·하원이 처리한 법안의 내용이 달라 양원은 최종 조율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5월 말까지는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상·하원에서 처리된 법안에는 외국 기업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