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블룸 래스킨 전 미 재무부 부장관의 연방준비제도(Fed) 인준이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 상원에서 나온 단 한 표의 반대표 때문이다. 미 상원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어 이탈표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인준안 가결이 불가능하다.

15일(현지 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래스킨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인준 반대 입장을 밝힌지 하루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성명을 통해 그의 지명 철회를 발표하고 공화당의 반대에 유감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래스킨은) 준비된 후보였고 과거 상원 전반의 초당적 지지를 받은 바 있음에도 업계와 보수 이익 집단들의 근거없는 공격을 받았다”며 “불행히도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미국민들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잡아 물가를 낮추는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이러한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고 사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래스킨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별 이익 단체의 무자비한 공격”을 지적했다. 그는 “상원 안팎의 많은 사람들이 그간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미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는 앞으로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세라 블룸 래스킨 전 미 재무부 부장관이 2022년 2월 3일 상원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Fed)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래스킨 전 부장관은 앞서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됐으나 공화당의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혀 2022년 3월 1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래스킨은 지난 1월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연준 부의장 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에 ‘시장 중립을 지켜야 할 연준이 석유 기업 등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그 결과 제롬 파월 현 의장을 포함한 5명의 연준 이사진 인준은 진통을 겪어왔다.

공화당은 래스킨이 지난 2020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특히 문제 삼았다. 래스킨은 이 글에서 팬데믹 기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무부와 연준이 제정한 광범위한 비상 대출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연준은 우리를 대신해 혁신적인 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결정을 내려야 하지, 죽어가는 기업을 배부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래스킨은 공화당의 공격에 자신이 논한 것은 정부의 접근 방식이지 연준의 접근 방식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의회의 제안을 비판적 검토 없이 그대로 반영하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설명이었지만 이는 공화당, 나아가 민주당 맨친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맨친 의원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래스킨의) 이전 공개 성명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모든 에너지 정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나의 견해와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NBC는 이와 관련해 그가 “코노코필립스, 옥시덴탈페트롤리움 등으로부터 정기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노코필립스와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은 미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다.

한편 래스킨이 빠지면서 나머지 후보들의 인준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들이 “연준을 이끄는 데 필요한 경험과 판단력, 재능을 갖고 있다”며 상원의 신속한 인준안 가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