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가상자산에 대한 범정부적인 규제의 틀을 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보다 부자가 아니라면 비트코인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던 과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10일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해 2월 블룸버그 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돈이 많기 때문에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비트코인의 시세의 무작위성을 걱정하지 않는다”며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특히 관련 규제가 불명확한 점에 대해 우려했다. 가상자산은 익명 거래를 조장하고 시세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게이츠는 그러면서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화폐는 빈곤 국가를 지원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누가 거래하는지 알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22년 2월 18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CNBC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게이츠의 우려가 다소 완화됐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에서 알트코인이 사기의 위험이 높고 가치 변동이 심해 투자 수단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 방안, 금융안전성 및 국가안보 차원에서 가상화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및 기술 지원 대책 등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법정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방안도 주문했다. 브라이언 디스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후 공동성명에서 “이번 행정명령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첫 포괄적인 디지털 자산 전략이 세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새 행정명령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캐머런 윙클보스 공동창업자는 이 “사려 깊은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건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고, 트레이딩 소셜미디어 플랫폼 알파임팩트의 헤이든 휴즈 CEO는 “수년간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방해받아 왔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통과된다면 이는 업계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