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할 방침이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관료들과 함께 한 화상회의에서 외국기업의 자산을 ‘합법적으로’ 국유화할 방법이 있다며 “먼저 법정관리(external management)를 시도한 후 ‘실제로 일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한 법적·경제적 수단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전날 보도문을 통해 “정부 법률제정위원회가 러시아 시장을 떠나는 외국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는 통합러시아당 고위 당직자로 상원 제1부의장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투르착 의원이 지난 7일 “통합러시아당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기간 중 러시아 생산시설 폐쇄를 밝힌 기업의 시설을 국유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개시한 ‘제재 전쟁’에 민간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크렘린궁에서 관료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크렘린궁

러시아 정부와 의회가 추진 중인 외국기업 자산 국유화 법안은 ‘비우호국 출신 외국인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이 러시아 내에서 활동을 중지할 경우, 이 기업의 외부 법정 관리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추진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미국, 영국, 한국,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로 지정한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역내 사업 중단을 발표한 기업 중에는 맥도널드, 스타벅스, 코카콜라, 펩시콜라, 애플, 나이키, 유니클로, 이케아 등이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엑손모빌, 셸 등 에너지 기업과 JP모건 등 대형은행도 전면 혹은 부분 철수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는 비우호국 기업의 특허(상표)권 보호도 파기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기업인 맥도널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할 경우 ‘짝퉁’ 맥도널드 버거가 러시아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뜻이다. WP는 크렘린궁이 이 조치를 직접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지난주 “특정 물품의 지식재산권 사용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련의 보도와 관련,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무법적인 결정은 궁극적으로 러시아에 더 큰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투자와 사업을 하기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글로벌 기업들에게 복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러시아 사업의 미래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미국 회사들의 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