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푼 경기부양책이 미국은 물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경기까지 살리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서 일하는 중남미 출신 노동자들이 기록적 금액을 자국으로 송금하면서 각국의 외화 벌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미국에서 멕시코와 북중미 국가들로 송금한 금액이 전년 대비 평균 25%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멕시코 국민은 미국 등 나라 밖에서 자국으로 510억달러(약 61조670억 원)를 보냈다. 이는 2020년에 비해 27% 증가한 수치이자 동일 조사 이래 최대치다.
과테말라 국민들도 지난해 자국으로 역대 최대치인 153억달러(약 18조2000억 원)를 송금해 전년 대비 외화 벌이가 3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국민이 본국으로 보낸 돈도 26%씩 증가했다. WB 이주개발부문 책임자인 딜립 라타는 “상당히 이례적인 해였다”며 “세계적으로 외화 송금이 두드러졌고 그 중에서도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가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다”고 했다.
일종의 ‘낙수 효과’는 미국이 역대급 재정을 푼 결과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5.7% 성장했다. 중남미통화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일부 주(州)에서는 이민자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까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미국 경제를 되살릴 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로도 퍼진 것이다.
켄터키주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멕시코 할리스코 출신 노동자 마르코 플로레스(31)는 FT에 “매달 벌어 들이는 5000달러의 4분의 1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다”며 “일자리 공석이 많아져 빠르게 취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멕시코의 물가 상승률이 7%를 넘어섰다며 “가족들이 미국에서 보내는 돈에 그 어느 때보다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에는 더 많은 돈을 송금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등 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자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현재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온두라스 GDP의 24%, 과테말라 GDP의 15%도 외화 송금으로 채워진다. 이들 국가는 원유 수출이나 해외 직접 투자보다 외화 송금으로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멕시코도 GDP의 4%를 해외발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멕시코로 송금되는 1달러가 현지에서 1.7달러의 지출 효과를 낸다며, 이를 통해 국내 소비와 신규 투자가 늘어 경기 회복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대비 올해 외화 송금 증가세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GDP의 많은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 이민자들을 향해 “의사와 간호사가 생명을 구하듯 이들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영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