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열리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후원 기업들이 전 세계 인권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후원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국들이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나섰지만,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을 비판하거나 후원을 철회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로이터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개 인권 관련 단체들은 최근 반도체 제조사 인텔과 음료 기업 코카콜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들에 서한을 보내 베이징 올림픽 후원 및 경기 중계방송을 취소하라고 요청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라고 WP는 전했다. 전 세계 시장을 좌우하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기를 들었다가 구매 보이콧 운동 등 경제적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인권 문제 등 자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해선 우회적인 비판에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 IOC 최상위 후원사 중 한 곳인 인텔은 지난달 신장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자사 협력 업체들에 신장산(産)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중국 관영매체와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결국 인텔은 사과 성명을 내고 사태 진압에 나섰다. 인텔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26%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에어비앤비 사무실. /로이터 연합뉴스

WP는 인텔과 코카콜라, 에어비앤비 외에 생활용품 제조사 P&G, 시계 제조업체 오메가, 타이어 제조사 브리지스톤 등 이번 올림픽을 후원하는 일부 기업들에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대부분이 응답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답변에 응한 일부 회사조차 “개별 대회를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정신 자체를 후원하는 것”이라거나 “정치 관련 이슈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IOC 역시 WP의 질의에 대해 “올림픽 참여자는 매우 다양하다”며 “IOC는 세계적 정치 이슈에 대해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의 서면 답변지를 보내왔다. 세계 위구르 위원회의 줌레테이 아르킨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들 기업을 향해 “머릿속에 든 것이 돈 밖에 없다”며 “다들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올림픽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인권 단체로부터 관련 서한을 받은 기업 가운데 후원 취소에 응한 기업은 독일 금융서비스 업체 알리안츠가 유일하다고 아르킨 매니저는 말했다. 알리안츠는 지난해 10월 독일 뮌헨에서 세계 위구르 위원회 운동가들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강제수용소 상황을 목격한 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