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몰락 이유가 일본 내 우수 인력이 한국과 중국 등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최신호에 게제한 ‘인재 유출로 중국, 한국에 기술 새나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NEC와 히타치, 후지쓰, 도시바 등 자국 반도체 업계가 몰락한 이유를 조명했다.
이 기사에서 데일리신초는 “과거 산업의 쌀로 불렸던 초고성능 일본 반도체는 자동차 가전에서 무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 절반을 점유했지만, 지금은 10% 이하로 쪼그라들었다”며 그 이유를 일본 반도체 산업의 우수 인력이 한국과 중국 등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디램(DRAM)’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1990년까지 세계 반도체 업계의 톱10에는 항상 6~7개의 일본 기업들이 포진했고, 일본의 관련 시장 점유율도 1988년 기준 세계 전체 50.3%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은 이후 점차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NEC 등 주요 일본 기업의 반도체 부문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데일리신초는 1986년 미·일 반도체 갈등 국면에서 미국에 완패한 것을 일본 반도체 산업의 영광의 시대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주요 계기로 지목하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미국의 ‘외국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이상’ 요구를 대책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기업이 한국 삼성전자 반도체를 대신 판매하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10년이나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정보기술(IT) 전문 애널리스트 후카다 모에는 “미국과 일본 간 반도체협정이 체결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한국, 대만 업체들이 일본 기업에 불이익을 피하려면 우리에게 기술 이전을 하라고 제안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허무하게 수용했다”고 말했다.
데일리신초는 이어 1990년대 중반부터 활발해진 한국, 대만 등으로의 인력 유출이 “태평양 전쟁 패전 후 폐허와 같은” 오늘날의 참상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는 한 일본인 반도체 전문가는 과거 2년간 연봉 3000만엔(약 3억1000만원·세금 제외) 조건으로 삼성전자에 스카웃 됐다면서 이전까지 다니던 일본 기업에서 급여를 20% 삭감 당한 상태라 작심하고 한국으로 갔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많은 일본인 기술자들이 주말마다 이른바 ‘토귀월래’(土歸月來·월요일에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온다)의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한국과 대만에 일본 반도체 기술을 전수하러 나갔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일본 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회사 기밀정보 관리도 허술해서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일본인 기술자들이 우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한국에 빼돌리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