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개월 전 D램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기존 전망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CNBC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에 붙은 모건스탠리 로고.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내년 반도체 시장이 7.7%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올해 성장률 추정치인 23.8%보다 낮지만 3년 연속(2020~2022년) 성장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D램 시장을 어둡게 전망한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D램이 주로 쓰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민첩하게 D램 재고 관리에 나섰고, 생산을 늘린 만큼 수요도 증가해 우려했던 공급 과잉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메타(옛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 사업을 경쟁적으로 확장하면서 D램 수요가 계속 증가했다. 내년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기기 신제품 출시 등으로 교체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고울 리 없다. 모건스탠리의 부정적인 보고서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 주가가 급락, 손해를 보고 대거 처분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큰 투자은행이 관심도와 중요성이 큰 반도체 시장 전망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책임을 지지 않는 행위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반도체 업종 최선호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고 투자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가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침체 사이클에서도 헤쳐나갈 역량을 갖췄다고 봤다.

자동차 반도체 관련 수혜주로는 일본의 ‘르네사스(Renesas)’를 유망하다고 봤다. 숀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반도체 주식 가운데 르네사스가 가장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돼 있는 ‘항저우 실란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Hangzhou Silan Microelectronics)’와 스피커·이어폰 등 전기 음향장비 업체인 ‘고어텍(GoerTek)’을 우선주로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