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 확산으로 대만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한 행인이 미국과 대만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통계국 자료를 인용, 대만이 미국의 8번째로 큰 교역 상대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통계에 따르면 대만은 미국과 교역 규모 순위에서 베트남을 제치고 8위에 올랐고, 영국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은 멕시코이고 캐나다와 중국, 일본, 독일, 한국, 영국이 뒤를 잇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최근 1년간 대만 상품의 미국 수출액은 720억 달러(약 85조 1천76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만 수출은 347억6000만 달러(약 41조1000억원)였다.

이처럼 대만의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미·중 갈등으로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만이 반사이익을 보게된 것이 첫째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치를 이어받았다. 다수의 미국 기업들은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에 주력했고, 그 과정에서 대만과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지난해 10월~올해 9월까지 대만의 대미 수출액 719억6000만 달러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이전인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약 7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총액도 35% 증가했다.

중국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에 납품하던 대만계 회사들이 관세를 피해 대거 대만으로 ‘유턴’한 것도 미·대만 통상 강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미국의 유통업체인 홈디포·로우스 등에 금속 하드웨어 등을 납품하는 대만 기업 JC 그랜드는 지난 20년간 중국 저장성에서 주로 제품을 생산했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이후에는 대미 수출 물량 거의 대부분을 대만에서 생산한다.

이와 관련해 앤드루 와일갈라 주대만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대만 정부는 과거 수많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빠져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다시 이들을 데려올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한 것도 대만의 대미 수출량 증가를 불렀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이 미국의 중요한 반도체 공급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 1년간 대만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이 반도체다. 대만산(産) 컴퓨터·컴퓨터 부품·통신 설비 등의 대미 수출도 지난 1년간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10대 교역국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국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 노력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대만산 상품 수입을 늘리는 동안 대만 또한 미국으로부터 석유와 기계 부품, 자동차 수입 등을 늘린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은 석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외교·안보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미국이 그 대안이 된 것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제2차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 화상 회의에서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중국의 경제 압박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과 대만은 지난 6월에는 2016년을 끝으로 5년간 중단된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도 재개했다. TIFA는 FTA의 전 단계로, 이를 체결하면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