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회사명까지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기업들을 비롯해 게임 업체, 심지어 신발과 의류를 생산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등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들까지 새로운 ‘금맥’을 캐는 데 사활을 걸었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지난달 28일 온라인 행사 도중 메타버스 속 자신의 아바타와 대화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날 행사에서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각) 메타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구현될 가상 상품과 서비스,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거대한 수익 창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소통과 참여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공간을 뜻한다. 여러 기업들은 메타버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일상 생활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IT 혁명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MS는 메타버스 분야에서 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는 IT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MS는 지난 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이크나이트 2021′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플랫폼인 ‘메시’를 업무용 협업 툴인 ‘팀즈’와 결합해 내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1990년대 초반 인터넷과 웹사이트에 대해 설명한 것과 유사하다”며 “내년부터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각 개인을 상징하는 맞춤형 아바타를 활용해 회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 역시 메타버스 분야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2014년 20억달러를 투입, 가상현실(VR) 제품을 개발하는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VR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 업무 공간인 ‘인피니트 오피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향후 5년간 유럽에서 메타버스 관련 인력 1만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여러 IT 기업들은 이미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기기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메타는 오큘러스의 VR 헤드셋을 299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며, 증강현실(AR) 장치도 개발 중이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기업인 스냅도 AR 안경을 380달러에 판매 중이며, MS도 미 육군 등에 AR 기기인 ‘홀로렌즈’를 납품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메타버스 관련 AR과 VR 장비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총 9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5년까지 출하량은 28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산업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미국의 게임회사 로블록스의 아바타들. 9일 뉴욕 증시에서 로블록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40% 넘게 급등했다. /로블록스 제공

메타버스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업체들도 많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옴니버스와 메타버스가 지금껏 우리가 이룩해 온 성장보다 더 큰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은 비단 IT 업종 뿐이 아니다. 나이키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메타버스 환경에서 선보일 가상의 농구화와 의류, 로고 등에 대한 7개의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또 지난달에는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스포츠 의류와 신발을 제작할 수 있는 전문 디자이너 등을 뽑기 위한 채용 공고를 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의 사업 가능성이 부풀려져 있으며, 이 분야가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다가 흐지부지된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와 비슷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IT 리서치 업체인 가트너의 마크 라스키노 연구원은 “비즈니스가 언젠가는 메타버스에서 수행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2020년대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2030년에도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