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 방안이 대폭 후퇴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소수 중도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법안 통과를 위해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사회복지 예산 규모를 당초 3조5000억달러에서 절반인 1조7500억달러로 줄이면서 재원 마련을 위한 세제 개편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그는 애초 10년간 3조6000억달러 규모의 증세 계획을 마련했지만 예산안이 줄어들면서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세수 확보 목표 역시 2조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백악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억달러 이상 이익을 내는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최소 15%로 규정해 3250억달러를 더 걷는 계획이 포함됐다. 각종 공제와 감면을 활용하더라도 이익의 15%는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또 최근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각국에서 입법화하면 3500억달러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바마케어’ 기금 조성을 위해 투자수익에 3.8%의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대상을 확대해 2500억달러를 더 걷겠다는 계획이다.

고소득자와 관련해서는 연간 소득 1000만달러 이상자에 5%, 2500만달러 이상자에게는 추가로 3% 누진세율을 적용해 2300억달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숨은 세원을 포착하기 위해 국세청 인력과 시스템 등에 800억달러를 투입하면 4000억달러의 세수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이 증세안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 자체를 인상하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올려 10년간 2조달러 세수 증가를 기대했었다. 또 7000억달러 세수 확보를 목표로 연간 부부 합산 50만달러, 개인 45만달러 이상 소득자의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겠다고 했었다.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이 100만달러 이상인 개인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대폭 상향하는 안도 마련했었다.

의석수 50대 50인 상원을 통과하려면 당내에서 단 한 표의 반대표도 나오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커스틴 시네마 민주당 의원이 극력 반대해 결국 뜻을 접었다.

또 민주당에서는 최상위 부유층 700명가량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최소 20%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 추진 움직임도 있었지만 새 세제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위헌 논란이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에 발표된 새 계획이 부자들을 더욱 공격적으로 겨냥했던 많은 조처를 빼버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감세를 되돌리겠다는 바이든 공약의 주요 부분도 생략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세제 개편안이 2017년 대규모 감세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