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전력난과 당국의 기업규제 강화로 마그네슘 및 희토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자동차의 바퀴 부분에 들어가는 '마그네슘 휠'의 모습. /트위터 캡처

희토류는 17가지의 희소한 광물질을 지칭하는 용어다. 첨단 가전제품부터 군사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돼 ‘산업용 금’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한다.

SCMP는 이날 중국비철금속공업협회의 월간 자료를 인용, 중국 내 마그네슘 가격이 9월 한때 톤(t)당 7만 위안(약 128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톤당 1만4000∼2만 위안에 거래됐던 마그네슘이 지난 9월 말∼10월 초 5만 위안이 넘는 등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

국제유가 역시 이란핵합의(JCPOA) 재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 우려로 소폭 상승했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급망 사태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조선·스마트폰·항공우주·자동차·배터리 소재로 주로 쓰인다. 전 세계 생산량의 8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연간 마그네슘 사용량은 1만t 이상으로 세계 5위 규모다. 이 가운데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10월 경제동향’ 보고에서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국내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전력난 속에서 대표적 에너지 소모산업이자 탄소 배출 산업인 마그네슘 제련소 운영을 제한한 것이 가격 급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마그네슘 생산지인 중국 산시성(陝西省) 정부는 최근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며 마그네슘 생산 통제에 나섰다.

중국 중앙정부는 세계 탄소배출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올해를 탄소중립 실현을 향한 원년으로 정하고, 자체적인 에너지 사용 감축 목표를 각 지방정부에 하달했다. 그러나 상반기 평가 결과 중국 31개 성·시(省市) 가운데 19곳이 목표 도달에 근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최소 20곳의 성·시(省市)가 한전한산령(限電限產令·전기 사용과 생산 제한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에너지 감축에 나섰다.

중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향후 미국 등 서방국에 맞설 수 있는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비용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국가가 탄소국경세를 본격적으로 매기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환경 문제가 자국 산업을 옭아매는 상황이 오기 전에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마그네슘 생산을 제한하자 9월 들어 마그네슘 가격이 폭등했다.

중국 당국이 희토류 채굴도 강하게 통제하면서 글로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5일 희토류 생산업체인 난방희토와 오광희토(CNC), 중국알루미늄(CHALOO)의 구조조정 및 통합을 발표했다. 통합 국영기업이 탄생하면 첨단소재 생산에 꼭 필요한 중희토류의 중국 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게 된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