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상무부 요구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대만매체 중시신문망(中時新聞網)이 2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자료 제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 측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하되 고객사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은 빼는 방법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TSMC의 로고

중시신문망(中時新聞網)은 이날 TSMC가 11월 8일까지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관련 정보를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AMD 등 글로벌 팹리스업체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동시에 소화하는 TSMC는 그동안 고객사 기밀유지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이번에도 미국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왔지만 계속되는 압박에 결국 ‘공유’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TSMC도 이 같은 결정을 앞두고 대만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고 중시신문망은 전했다.

앞서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달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안을 11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설문지에는 주요 반도체 제품에 대해 각 제품의 2019년 리드타임(물품 발주 때부터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간)과 각 공정별 추정 리드타임 정보, 각 제품에 대한 고객사 관련 정보 등 회사의 영업기밀에 속할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을 위한 공급망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업계 현황을 손바닥 보듯 꿰뚫게 될 뿐 아니라 자료가 미국업체에게 누출될 경우 외국업체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TSMC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반도체 수급난 해결에 협조하기 위한 것으로, 회사는 그동안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상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1위 TSMC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삼성전자가 받을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시장 점유율 52.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17.3%), 대만 UMC(7.2%),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6.1%), 중국 SMIC(5.3%)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