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하는 물품의 4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이 극심한 물류 대란을 겪으면서 미국 정부가 앞으로 90일 동안 LA·롱비치항을 24시간, 1주일 풀가동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BC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물류대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물류대란 발생 후 롱비치항이 이미 3주 전부터 부분적으로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데 이어 LA항도 같은 비상 체제에 돌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롱비치항도 현재 6개 터미널 중 한 곳만 주 4회 24시간 운영되는 실정이어서 LA항도 얼마나 많은 터미널이 24시간 체제에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두 항구에서는 해운회사, 항만, 트럭 운송, 창고, 철도, 소매업체 등 각 분야의 인력이 모두 모자란 탓에 물류 흐름의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70척 안팎의 컨테이너선이 두 항구에 인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페드로(San Pedro)만 앞에 떠 있다. 컨테이너선이 선석에 들어가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1일이다. 화물 트럭과 인력 부족으로 하역을 마친 화물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추가로 5일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LA 노선까지 40피트 컨테이너(FEU) 하나를 옮기려면 1만2172달러가 든다.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6배 수준이다.

물류대란으로 미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졌다.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3 프로’ 배송에 최대 4주가량 걸릴 것으로 안내했다.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키친타월과 생수 등 일부 품목의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나이키는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 지역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데 80일가량이 걸려 쇼핑시즌에 운동화 판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물류업체와 항만 관계자, 트럭 노조 등과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북미법인도 참석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미국 항만에서 앞으로 90일동안 24시간, 1주일 운영을 통해 컨테이너 수송량을 60% 늘리기로 약속했다. 백악관은 미국 가정의 72%가 삼성전자 제품을 최소 1개 소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월마트와 페덱스, UPS 등 대형 유통 및 수송업체는 미 전역의 상품 운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운영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자제품 생산업체인 삼성전자, 대형 쇼핑 매장을 운영하는 홈디포, 타깃도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근무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시간 운영에 들어가는 전면적 약속이고 큰 첫걸음”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민간분야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삼성과 홈디포, 타깃의 조치를 직접 거론하며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핼러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을 지나 새해로 이어지는 ‘쇼핑 대목’을 앞두고 있다. 핼러윈부터 추수감사절, 성탄절이 돌아온다. 하지만 독일 해운회사 하팍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WSJ에 “현재 이들 2개 항구의 업무 스케줄은 전체 수용능력의 60∼70%에 불과한 상황이다.

롱비치 항구 출입구 앞에서 트럭 운전사들이 항만 하역작업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이와 같은 항만 적체 현상을 둘러싸고 물류망에 참여하는 각자가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운회사와 항만 관계자들은 트럭 기사들이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화물을 빨리 옮기지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지만, 트럭 기사들은 화물터미널 혼잡 탓에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운회사들이 항구에서 빈 컨테이너를 빨리빨리 치우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국제항만창고노동자조합(ILWU)은 앞으로 3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에 나서겠다면서도 항구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부터 치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작년보다 30% 증가했으나, 화물트럭 운행은 단 8%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