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상하이 본사. /AP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의 부도 위기가 중국 부동산 업계 전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헝다는 11일 달러화 발행 채권 이자를 또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과 29일에 이어 세 번째로 달러화 채권 이자를 제때 지불하지 못한 것이다. 모던랜드·시닉 등 다른 중국 부동산 회사들의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커졌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보도에 따르면, 헝다는 2022년 만기인 금리 9.5%짜리 달러화 채권과 2023년 만기인 금리 10%짜리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일인 11일까지 일부 채권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2024년 만기인 금리 10.5% 달러화 채권까지 합하면, 헝다가 이날 달러화 채권 3건에 대해 지급했어야 하는 이자 총액은 1억4800만 달러(약 1770억 원)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미 헝다는 지난달 달러화 채권 보유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를 두 차례 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81억 원)를 내지 못한 데 이어, 29일에도 달러화 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70억 원)를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헝다는 이자 지급 일정을 지키지 않은 후에도 채권 보유자들에게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는 계약상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을 30일간 유예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달 23일 지급했어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를 앞으로 10일 안에 갚지 않을 경우, 이 채권은 디폴트가 일어날 수도 있다.

헝다는 올해 6월 말 기준, 총 1조9700억 위안(약 360조 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부채가 총 보유 자산(2조3800억 위안)과 맞먹는다. 헝다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관리 서비스 자회사 헝다물업(종목 코드 6666)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헝다(종목 코드 3333)와 헝다물업 주식 거래는 이달 4일 중지된 상태다.

헝다 위기의 전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사 모던랜드(Modern Land·당다이즈예, 홍콩 종목 코드 1107)는 이달 25일 지급해야 할 채권 이자 상환을 3개월 미뤄달라고 11일 채권자에게 요청했다. 해당 채권은 2023년 4월 만기인 금리 9.8%짜리 채권이다. 이 소식에 이날 채권 가격은 25% 이상 떨어졌다(채권 금리 상승). 시닉홀딩스(Sinic Holdings·신리, 홍콩 종목 코드 2103)도 현재 이자를 낼 돈이 없다며 조만간 디폴트를 낼 가능성을 인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과잉 부채를 통제하는 차원에서 부동산 업계 대출을 조였다.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금난이 쌓이고 쌓이다 헝다 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헝다 위기가 본격화한 후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투기 등급 채권 매입에 역대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4일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 판타시아홀딩스(Fantasia Holdings Group·화양녠)는 이날 만기를 맞은 2억570만 달러 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를 냈다. 이와 별도로, 판타시아의 자회사는 이날 부동산 관리 회사 컨추리가든서비스홀딩스(Country Garden Services Holdings·비구이위안)에 지급해야 하는 대출금 7억 위안도 상환하지 못했다. 해외 신용 평가사들은 최근 판타시아 채권 투자 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 피치는 이날 판타시아 채권 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낮췄다. 앞서 S&P와 무디스도 이 회사 채권 등급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