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편의점체인 세븐일레븐(7-Eleven)이 인도의 상업중심지 뭄바이에 첫 번째 매장을 연다. 그동안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 자본의 다중 브랜드 소매업을 금지해온 데다 토종 기업인 모디 엔터프라이즈 소유의 편의점 체인 트웬티포세븐(24/7)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해외 업체들의 진출이 드물었다. 그러나 인도 최대 기업이 ‘지역별 맞춤 서비스’를 기반으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13억 인구 대국의 편의점 시장에도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왼쪽)과 부인 니타 여사. /EPA 연합뉴스

8일(이하 현지시각) CNN비즈니스와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오는 9일 인도 제2의 도시 뭄바이에서 1호점 매장 영업을 개시한다. 뭄바이는 인도 최대 도시 델리에 이어 아시아의 주요 금융센터가 밀집한 상업 메카다. 최근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영화를 제작한 도시로 꼽혀 ‘인도의 할리우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소매 부문인 릴라이언스 리테일은 이날 성명에서 “인도 최초의 세븐 일레븐 매장을 선보일 것”이라며 “인도 전역의 주요 거점에 매장을 열고 지역별 고객이 선호하는 맞춤형 제품을 신속히 파악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릴라이언스는 인도 억만장자 1순위인 사업가 무케시 암바니가 소유한 기업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의 순자산은 991억달러(약 118조 원)로 지난해 세계 4번째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릴라이언스의 사업 발표는 지난 5일 인도 2위 유통기업 퓨처그룹의 도소매·물류 사업 유통부문인 퓨터 리테일이 세븐일레븐과 1000개 매장 건설 및 운영에 대해 2019년 맺은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한 지 이틀만에 나왔다. 퓨처 리테일은 “점포 개설과 가맹점 수수료 지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사업 운영 계획에 중대한 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연합뉴스

앞서 릴라이언스는 지난해 8월 퓨처 리테일을 3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었다. 릴라이언스가 이미 운영 중인 1만2000여개의 매장에 1800개 이상의 퓨처 리테일 매장을 추가해 인도 유통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아마존 인디아(Aamazon India)가 이들의 인수합병(M&A)은 아마존과 퓨처그룹 간 기존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같은 해 10월 M&A 중단 소송을 냈다. 10개월 간의 소송전 끝에 인도 대법원은 아마존의 손을 들어줬다.

인수는 무산됐지만 릴라이언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오마트’를 구축해 인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과 월마트에 정면으로 대항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플랫폼은 전자제품과 의류에서부터 의약품, 헬스케어 분야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BBC는 세븐일레븐과의 계약을 계기로 인도 내 릴라이언스의 지배력과 독점성은 전 산업 분야를 거쳐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조셉 데핀토 세븐일레븐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계약은 인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편리하고 다양한 체인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이자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인 만큼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했다. 릴라리언스 소매 부문 총괄이자 암바니 회장의 딸인 이샤 암바니도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글로벌 브랜드”라며 “우선 뭄바이와 주변의 주요 주택가 및 상업 지구에 조속히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