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재도약 준비가 한창인 글로벌 경제에 대형 악재로 떠오른 중국의 전력난의 원인으로 현지 매체들은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하얀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발전용 석탄 가격이 연초 대비 50% 상승하면서 일부 화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된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발전 원가가 판매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자 화력 발전소들이 생산 확대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 석탄 화력 발전은 2020년 기준 중국 전력 생산이 49%를 담당했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 과소비 산업에 대해 전력 공급 제한을 실시한 것이 둘쨰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기엔 철강, 시멘트 등 전기를 많이 쓰는 회사들에 대한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이런 조치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지방정부들이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전세계에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에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섬유 생산업체, 대두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대거 확충한 수력, 풍력 등 친환경 전력 공급원 문제다. 랴오닝성의 갑작스런 전력 공급 중단 사태는 바람의 영향으로 풍력 발전량이 갑자기 크게 준 것도 원인으로 꼽히다. 중국은 윈난, 쓰촨 등 남서부에 수력 발전소를 건설해 이 전기를 광둥 등 해안 경제 중심지에 전력을 공급해왔는데 올해는 강수량이 적어 발전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력난은 특히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등의 전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은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일 뿐 아니라 세계의 제조업 핵심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전력난이 가중되면 전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시점에서 이들 지역의 전력난이 더 심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이 다가올수록 가정용 난방수요도 급증해 전력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 지방 정부들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만 할 뿐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자 인터넷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당국이 과잉 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CCTV방송 인터넷판은 “이번 정전 사태에 그런 큰 게임은 없다”며 “가짜 뉴스를 믿어선 안된다”고 했다.

랴오닝성 등 중국 10여개 지방에서 전력난이 발생한 가운데 갑작스런 단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환풍 설비가 멈추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0여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되기도 했다. 언제 전기가 끊어지고 얼마나 정전되고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는 3무(無) 상황에 양초 주문이 10배 이상 증가하고, 기업들은 전력난에 대비해 석유 발전기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24일 갑작스런 정전으로 랴오닝성 랴오양의 철강 가공업체의 설비가 멈추면서 직원 23명이 유독 가스에 노출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 둔화에도 지난 26일 일가족 4명이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50분 가까이 갇히기도 했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근 정전 사태로 시민들이 양초 사재기에 나서면서 저장성의 한 양초 생산공장은 최근 일주일간 주문량이 10배로 늘었다. 한 시민은 이 신문에 “수퍼마켓에는 이미 양초가 동이 나서 인터넷으로 사야했다”고 말했다. 석유 발전기를 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제한 송전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9월 이후 산둥성에 있는 경유 발전기 회사들에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