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홍콩 증시에서 상장한 46개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인 2120억 홍콩 달러(약 3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국제 증시 정보를 제공하는 S&P글로벌이 10일(현지 시각)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것.

홍콩 증권거래소.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홍콩 상장을 선택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 상장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들의 홍콩 상장을 독려하고 미국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규제 리스크로 홍콩 주식시장이 요동쳤지만, 홍콩거래소가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뉴욕 증시 대신 홍콩 증시가 주요 상장처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홍콩에서 상장한 대표적인 기업은 중국 짧은 동영상 공유앱인 콰이서우(快手)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물류(京東物流)다. 지난 2월 상장한 콰이서우는 IPO로 62억 달러를 끌어모아 2019년 차량공유앱 우버가 세운 글로벌 최대 인터넷 기업 IPO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장이 늘면서 홍콩거래소 매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1~6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크게 늘어난 109억900만 홍콩달러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순익은 66억1000만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급증했다. 이 역시 반기로는 사상 최대의 순익이다. 일평균 거래액도 60% 늘었다. 중국 본토와 주식, 채권의 교차 거래가 견조한 추이를 보이면서 수수료 수입이 대폭 증가한 것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7월 중국 당국이 해외상장하는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와 압박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공표하면서 향후 중국 기업들의 홍콩 상장과 미국 상장사들의 ‘홍콩 회귀’는 늘어날 전망이다. 연말까지 150개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해 총 5000억 홍콩달러(약 74조원)를 조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8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2019년부터 타진한 뉴욕 상장 계획을 접고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홍콩에 상장하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