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2분기에 130억달러(한화 약 14조 9032억원)을 투자하면서 다시 투자 규모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올해 1분기 20억달러(2조원) 규모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던 손정의 회장은 최근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중소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날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분기 50여개의 회사에 13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중국의 차량 호출앱인 디디추싱,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 대형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보다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회사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업에 대부분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손정의 회장의 이같은 공세는 특히 미국의 사모펀드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 거대 기관들까지 뛰어들며 테크 관련 펀드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더욱 강화됐다고 FT는 강조했다. 비전펀드 1호의 실적 회복도 공격적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2017년 설립한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는 디디추싱, 위워크 등에 대규모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이커머스업체인 ‘쿠팡’, 미국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 등 여러 투자 기업이 상장을 통해 평가이익이 급증하며 손실을 상당부분 회복했다.

FT는 이번 비전펀드 2호를 통해 손정의 회장이 투자 전략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외부 자금 수혈 때문에 건당 투자액이 최소 1억달러로 정해져 대규모 투자만 가능했던 1호와 달리 2호는 300억달러를 자체 자본으로 충당해 투자처가 자유롭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2분기 들어 의료·소프트웨어·AI 등에 소규모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 비전펀드 2호는 설립 당시 최대 1080억달러를 조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추가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전펀드 2호는 지금까지 90여개의 스타트업에 2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 30개 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딥 니샤(Deep Nishar) 소프트뱅크 시니어 매니징 파트너는 “비전펀드 2호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파트너십을 맺어야 투자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비디오 스타트업 으흠(Mmhmm)이 비전펀드가 주도하는 시리즈B 펀딩에서 1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지난달 AI기업인 비아나이 시스템즈가 1억4000억달러를 유치했고, 유명인들의 비디오 메시지앱인 신생기업 카메오(Cameo)도 수천만 달러를 수혈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국내 최대 여행·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도 약 1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2의 쿠팡으로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