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기업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자회사를 대만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부터 매각설이 흘러나왔던 JDI는 줄곧 이를 부정해왔지만 결국 자산 매각 없이는 회사 존속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9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대만 위스트론은 JDI의 LCD 제조 자회사를 약 80억엔(한화 836억원) 규모에 사들인다. 폭스콘과 마찬가지로 애플 아이폰의 조립업체로 널리 알려진 위스트론은 신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팬디스플레이(JDI) 본사. /JDI 제

JDI는 한국, 대만, 중국 등 디스플레이 기업에 밀려 지난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왔고 일본 정부의 보조금 등을 통해 재건을 노려왔지만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JDI기 이번 매각을 통해 원가절감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JDI는 2012년 4월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소니가 LCD 패널 사업을 통합해 만든 컨소시엄 사업체다. 출범 당시 일본 경제산업성 소관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현 INCJ)가 4620억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국책 기업이기도 하다.

출범 당시에는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성비’ 경쟁에 밀리면서 2014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말부터 애플 아이폰에 공급하는 LCD 패널을 생산하며 한때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애플이 아이폰X을 시작으로 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JDI의 주력 LCD 공장인 이시카와현 하쿠산시에 위치한 하쿠산(白山) 공장의 가동률이 수직 낙하했다. 이후 지난 2019년 7월경에는 완전히 공장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진의 회계 부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JDI 경영진이 경영 부실을 덮기 위해 회계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또 회계 담당 간부가 4년여에 걸쳐 총 60억원(5억7000만엔)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LCD 사업에서 더이상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JDI는 자회사인 JOLED를 통해 OLED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JOLED는 2015년 소니, 파나소닉 등이 설립한 합작사다. 2016년 JDI에 인수됐으며, 지난해 일본 이시카와현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활용한 OLED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한편 JOLED는 지난해 중국 기업 CSOT로부터 한화로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향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OLED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