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요가복 전문 기업 ‘룰루레몬Lululemon)’의 창업자가 환경보호를 위해 캐나다의 섬을 구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계적인 요가복 전문기업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 /트위터 캡처

가디언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까지 룰루레몬을 이끈 창업자 칩 윌슨은 최근 캐나다 밴쿠버 동쪽의 섬을 매입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섬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는 이와 함께 인근 두 개의 섬을 매입해 보존하는 데에도 주도적으로 자금을 기부했다. 윌슨은 사들인 섬을 브리티시 컬럼비아 공원 재단에 기부, 지속적으로 일대 환경 보호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섬들에는 수령 400년이 넘는 침엽수종 더글러스 퍼 숲 생태계가 조성, 가면올빼미와 알락쇠오리 등 멸종 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은 가디언에 “잘 보존된 밴쿠버 스탠리 공원을 보며 누군가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며 “나와 내 가족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캘거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윌슨은 졸업을 1년 앞둔 1979년 스노보딩과 서핑, 스케이팅 관련 전문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창업했다. 1997년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100만달러에 매각한 그는 고향인 밴쿠버에서 난생처음 요가수업을 듣던 도중 ‘요가복’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고, 이듬해 룰루레몬을 창업했다.

당시 요가복은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요가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 윌슨은 웨스트비치 시절 쌓은 스포츠 의류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요가복 시장에 접목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룰루레몬을 창업하게 된다. 룰루레몬은 창업 21년째인 지난 2019년 매출 40억 달러(약 4조5300억원)를 달성할 만큼 고속 성장했다.

윌슨은 2007년 룰루레몬을 캐나다와 미국(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윌슨의 자산 규모(‘포브스’ 추정)는 57억달러(약 6조4500억원)에 달한다. 룰루레몬은 2016년에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룰루레몬은 최고급 소재만을 고집해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요가복 업계의 샤넬’이란 별명도 생겼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과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로지 헌팅턴 휘틀리, 배우 다코타 존슨 등 룰루레몬 제품을 즐겨 입는 유명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캐나다 밴쿠버 룰루레몬 매장.

‘룰루레몬’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윌슨은 영어 ‘L’자 발음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 고객들이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L자가 무려 3개나 들어간 회사명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밴쿠버 일대가 포함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희귀 생태계를 보호하지 못해 환경운동가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특히 보존이 필요한 작은 섬들 대부분 사유지여서 개발로 인한 파괴에 직면한 상황이다. 카이 챈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는 “개인 소유 섬들의 보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체계적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