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고 거래 플랫폼 아이후이서우(爱回收)의 오프라인 매장. /소후

중국판 ‘당근마켓’ ‘중고나라’로도 불리는 아이후이서우(爱回收·Aihuishou International)가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아이후이서우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최근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전자제품·자동차 등 중고 물품 수요가 많아지면서 중고 거래 중개 서비스 회사들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

아이후이서우는 18일 종목 코드 ‘RERE’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거래 첫날 주가는 공모가(14달러) 대비 22% 상승했다. 22일 주가는 5.85% 하락한 13.84달러로 마감했다. 아이후이서우는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주식예탁증권(ADS) 1623만 주를 매각해 2억2700만 달러(약 2572억 원)를 조달했다.

회사명은 중국어로 ‘재활용을 사랑하다’란 뜻을 갖고 있다. 전 세계 기업 트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재 최고경영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천쉐펑(陈雪峰)이 2011년 상하이에서 창업했다. 처음엔 중고 휴대전화를 사들여 재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중고 휴대전화를 분해해 재사용 가능한 금속을 추출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서 미국 애플의 아이폰 구매 열풍이 일면서 중고 아이폰 중고 거래가 급증한 덕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중고 스마트폰·노트북·디지털 카메라 등 전자제품을 개인·기업에서 사들여 되판다.

아이후이서우는 2013년부터 오프라인 점포도 열었다. 온라인 중고 거래를 할 때 생기는 구매자의 불안과 불신을 줄이고 중고 기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172개 도시에 755개의 점포와 1500개 이상 셀프서비스센터가 있다. 셀프서비스센터엔 중고 기기 회수를 위한 자동화 기계 등이 설치돼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액(GMV)과 거래 기기 수 기준 시장 점유율은 각 6.6%, 8.7%였다. 올해 3월까지 12개월간 총 거래액은 228억 위안으로, 1년간 약 66% 증가했다. 이 기간 플랫폼에서 거래된 기기 수는 2610만 개로, 47% 증가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중고 품목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전체 거래 기기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67.7%가 스마트폰이었다. 중국의 연간 스마트폰 신제품 출하량은 3억 대가 넘는다. 지난해 출하량은 전 세계 출하량의 25%인 3억2500만 대에 달했다. 매년 새 스마트폰이 쏟아져나오는데,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도 약 18개월로 세계 평균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그만큼 중고폰 거래나 회수, 재활용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다.

아이후이서우는 아직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49억 위안(약 8600억 원)에 4억5880만 위안(약 80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중국 중고 거래 플랫폼 아이후이서우 창업자인 천셰펑 최고경영자가 2020년 9월 사명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아이후이서우

중국 중고 물품 거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컨설팅사 차이나인사이트컨설턴시(CIC)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품질만 좋다면 저가 브랜드의 새 제품보다 고급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중고 전자제품 수요가 많다.

아이후이서우는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지난달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콰이서우(快手·Kuaishou)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콰이서우는 더우인(抖音·틱톡 중국 버전)에 이어 2위 업체로, 대도시보단 중소도시와 시골 지역 사용자가 많다.

아이후이서우의 최대주주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징둥(JD닷컴)이다. 징둥 자회사(JD닷컴 디벨럽먼트)가 지분 34.7%(IPO 전)을 갖고 있다. 창업자 천쉐펑의 지분율은 10.9%다.

아이후이서우는 2019년 징둥 산하 중고 거래 플랫폼 파이파이와 합병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다. 소비자에게 판매할 중고 전자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보(소싱)할 수 있는 능력을 경쟁 우위로 내세운다. 웹사이트·모바일앱·위챗 미니 프로그램 등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중고 물품을 확보한다.

지난해 9월엔 사명을 ATRenew(万物新生 완우신성)으로 바꿨다. 현재 5개(아이후이서우·파이파이·AHS디바이스·파이지탕·아이펀레이) 중고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경쟁사로는 알리바바그룹 산하 셴위(闲鱼·Xianyu), 58퉁청(同城·58닷컴) 산하 좐좐(转转·Zhuanzhua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