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압이 어려워 소방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국 NBC뉴스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9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 화재 현장. /트위터 캡처

NBC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테슬라 모델 S 차량이 충돌사고로 화염에 휩싸였을 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우들랜즈 소방서의 팔머 벅 대장은 화재 진압에 진땀을 뺐다.

불이 다 꺼진 듯하다가도 차체의 바닥 부분에서 계속 불꽃이 튀면서 화염이 번진 것. 이 때문에 소방관 8명이 달라붙어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 7시간이 걸렸고, 2만8천갤런(10만6천L)의 물을 쏟아부어야 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 보통 300갤런의 물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에 난 불을 끄는데 100배에 달하는 물을 쓴 것이다.

이같은 물의 양은 벅 대장이 지휘하는 소방서 전체가 보통 한 달에 사용하는 양과 같고, 미국 평균적인 가정의 2년치 사용량이다.

NBC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전기차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진압에 물을 쏟아붓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완전 진화에 최대 24시간이 소요되고, 배터리팩이 철재로 덮인 탓에 소화약제가 제대로 침투하지 않아 소방대가 진화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슬라 모델 X에 장착된 대형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보통 미국 가정에서 이틀 이상 쓰는 전기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연방규제기관들이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소방관에게 경고하지만, 소방대 대부분은 전기차 화재 진압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다고 NBC는 지적했다.

작년 12월 서울에서도 한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X 모델 전기차가 벽면을 들이받은 뒤 불인 나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진화 작업에 5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제대로 된 구체적인 전기차 화재진압 매뉴얼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이다. NBC는 테슬라의 응급대응 가이드에는 화재 발생 시 그저 많은 양의 물을 쓰라고 권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전기차 화재 진압방식에 대한 질의에 독일 소방당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런 화재를 진압하려면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고만 답했다고 NBC는 덧붙였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작년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에서 ‘컷 룹스’(cut loops)라 불리는 전류 차단 메커니즘이 심각한 충돌사고 시에 자주 무력화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의 응급상황 대처 지침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에 필요한 구체적인 진화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소방관의 이해도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