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기업들의 생산거점 중 하나이자 핵심 부품, 원자재 공급지인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가격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9% 상승해 2008년 9월 이후 전년대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에도 6.8%의 상승폭을 기록한데 이어 매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BMW 중국 공장 모습./BMW 제공

전문가들은 중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생산물가지수 상승은 각국 기업들의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다. 그런데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 PPI가 상승하면, 중국 산업생산과 투자 수요가 늘었나게 되고, 이같은 중국의 경기활동 급증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딧 아그리콜의 다리우스 코왈츠 지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전역에서 치솟는 생산 비용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요인으로) 세계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것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산 원자재 생산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NBS) 자료에 따르면 석유·천연가스 개발업 PPI가 전년 동기 대비 99.1% 상승했다. 전달 상승률에 비해서도 13.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철금속 제련가공업과, 석탄 및 기타연료업 PPI도 각각 38.1%, 34.3% 상승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 회복 추세와 함께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세계은행(WB)은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에 빠르게 반응하여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최대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6일(현지 시각)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조만간 터질 인플레이션 시한 폭탄을 깔고 앉아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공포를 일축하며 시장 안심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과 회의 직후 “미국에서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영구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물가상승률은 연말까지는 적어도 전년 대비 3%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