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의 제품 중 상당수가 건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해 5월 31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네슬레의 다양한 제품들. /네슬레

FT가 공개한 문건은 네슬레 최고위직 간부들만 열람하도록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슬레 제품 대부분이 호주의 건강 식품 분류 기준을 충족하지 못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호주는 제품의 영양 성분 등을 고려해 건강한 식품이냐 여부를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품접근성재단(Access to Nutrition Foundation) 등 국제 단체의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등급을 분류한다.

네슬레는 문건에서 호주의 건강 식품 분류 기준에서 3.5등급 이상은 몸에 좋은 건강한 제품의 기준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하면서 네슬레 제품 중 3.5등급 이상을 충족하는 제품은 많지 않다고 했다. 3.5등급 이상으로 건강하다고 분류된 식음료 제품이 네슬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매출의 67%를 차지하는 제품이 몸에 좋지 않은 제품으로 분류된다는 것.

커피를 제외한 음료의 96%,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99%가 3.5등급에 미달했다. 반면 생수 제품은 82%, 유제품은 60%가 3.5 등급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번 분석 대상은 네슬레 전체 제품의 절반 가량으로, 영양제와 애완동물용 제품, 커피, 유아 제품을 제외했다.

금융서비스 회사 케플러 쇠브뢰의 존 콕스 애널리스트는 FT에 “영양제 등의 제품을 포함했을 경우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분류된 제품 비율은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예상치를 기준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피자가 네슬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라며 “이를 감안하면 37%만이 건강한 식품으로 분류된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네슬레는 보도가 나간 뒤 성명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제품의 설탕과 나트륨 비율을 상당히 줄였고 특히 지난 7년 동안에만 약 15% 가량 줄였다”며 영양가 있고 건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략을 전면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품의 영양가와 성분에 대한 내부 규정을 개정해 올해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슬레는 세계 최대 식품회사다. 스위스 레만 호숫가의 브베에 본사가 있다. 1866년 앙리 네슬레가 유아 식품을 개발해 판매한 것이 시작이다. 주력 상품은 인스턴트 커피, 커피용 크림, 생수, 초콜릿, 반려동물 사료, 냉동식품 등이다. 이 분야에서 네슬레는 20%에 가까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킷캣(초콜릿), 마일로(초코 음료), 페리에(탄산수), 커피메이트(커피용 크림), 네스프레소(캡슐 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네슬레는 인스턴트 커피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로도 널리 알려졌다. 또 네슬레의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품 브랜드다. 전 세계에서 1초에 3만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그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5500잔이 네슬레가 만든 커피라는 보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