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회사 BYD 로고. /김남희 특파원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BYD(比亞迪·비야디)가 반도체 자회사인 ‘BYD반도체(BYD Semiconductor)’를 분사시켜 선전 증시에 별도 상장시킨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 반도체 시장 영향력을 높이려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넘어가는 격변기에 모회사인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집중하고, 자회사는 반도체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전략이다.

BYD는 11일 저녁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이사회가 반도체 부문 분사와 상장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BYD는 BYD반도체를 선전증권거래소의 기술주 중심 창업판(ChiNext)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소식에 선전과 홍콩에 상장된 BYD 주가는 12일 각각 4.9% 상승 마감했다. BYD반도체의 기업공개 규모나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BYD반도체는 2004년 설립 후 전력 반도체, 집적회로, 지능센서 등을 주로 개발·생산했다. 특히 전기차 전력 손실을 줄이고 주행 성능을 높이는 전력 반도체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를 중국에서 유일하게 자체 생산하는 회사란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소재 SiC(실리콘카바이드) 기술도 개발했다.

중국 BYD의 전기 세단 '한' 모델이 4월 19~28일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돼 있다. /상하이=김남희 특파원

BYD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반도체 자회사를 둔 덕에 별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요 완성차 회사는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BYD는 자동차 회사 중에선 드물게 반도체 자급을 이뤘다는 관측도 있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YD는 “반도체 사업 분사로 중국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독립적 발전에 도움이 되려 한다”며 “별도 상장을 통해 반도체 사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영향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BYD에 따르면, 지난해 BYD반도체 연매출은 14억4000만 위안(약 2500억 원) 이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SMIC의 연매출(39억 달러, 약 4조4000억 원)의 5%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의 차들이 4월 19~28일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시돼 있다. /상하이=김남희 특파원

BYD는 현재 BYD반도체 지분 72.3%를 보유하고 있다. BYD반도체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외부에서 총 27억 위안(약 4700억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5월 19억 위안, 지난해 6월 8억 위안을 투자받았다. SK그룹의 중국 자회사 SK차이나는 지난해 6월 1억5000만 위안(263억 원)을 투자해 BYD반도체 지분 1.47%를 확보했다. 반도체 기업 SMIC·ARM,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레노버, 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CICC·SDIC·화창 등도 BYD반도체에 투자했다.

BYD 공시에 따르면, 법률 자문을 맡은 중국 로펌 중룬은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이 점차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BYD가 반도체 부문을 분사시키면 핵심 사업인 신에너지차량과 배터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왼쪽부터 BYD 창업자 왕촨푸 회장,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BYD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차량 반도체를 모두 직접 만들며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 BYD는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량(순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전지 차량 통칭) 시장에서 중국 상하이자동차·미국 제너럴모터스·중국 우링자동차의 중국 합작사인 ‘SAIC-GM-우링(14.7%)에 이어 점유율 2위(12.9%)를 차지했다. 미국 테슬라가 12.4%로 그 뒤를 이었다.

BYD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기 전, 미국 최고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90)이 투자한 회사로 해외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 BYD에 투자해 약 8.3%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