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수출용 컨테이너선들을 실은 화물선이 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지난해 전세계 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육박했으나 사실상 정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수출 지배력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대내외적 요인에 따라 향후 이러한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상품 수출 총량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2019년 13.2%였으며 지난해에는 14.7%로 늘어 ‘수출 1위 국가’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1분기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710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내 소비가 급속도로 늘고 노동 비용도 상승하는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의 수출 비중 증가세가 잦아들 시점이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산업 전분야의 자동화로 선진국들이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추세인 데다 지정학적 긴장, 사회적·환경적 이슈 해결 의지 부족에 대한 비판 등이 ‘반(反)세계화 현상’을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당분간은 중국이 수출 주도국의 지위을 유지하겠지만,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이미 현 시점이 최고점”이라며 기존과 같은 영향력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두 해 전인 1999년 당시 세계 상품 수출 상위 10개국 목록. /유엔무역개발회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지 20년째인 2020년 세계 상품 수출 상위 10개국 변화상.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홈페이지

중국이 수출 대국으로 부상한 데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UNCTAD는 분석했다. 1999년 당시 3%대에 불과하던 중국의 수출 비중은 WTO 가입 초반 5%대로 올라섰다. 20년이 지난 현재 미국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이 수출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면서,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임에도 WTO에서 여전히 개도국으로 분류돼 각종 특혜를 불합리하게 누린다며 여러 차례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는 2019년 7월 중국과 한국을 지목하며 WTO가 이들 국가의 개도국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월 뒤 한국 정부는 농업 분야에서 인정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관세와 보조금 혜택을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과 경제발전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결정을 따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방의 압박에 적극 대응했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서방의 패권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일부 서방 언론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목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빼앗을 수 없다”고 했었다.

한편 지난해 전 세계 상품 수출국 2위는 미국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그 외 독일 7.8%, 네덜란드 3.8%, 일본 3.6%, 홍콩 3.1%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2.9%를 7위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2.8%), 프랑스(2.8%), 벨기에(2.4%) 순으로 집계됐다. 1990년 당시 5% 이상을 차지했던 영국과 캐나다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대신 중국과 한국이 10위권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