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X100VI' / 조상록 기자

카메라 브랜드 가운데 성능 라인업과 감성 라인업 두 가지를 모두 잘 갖추고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 후지필름은 두 라인업 모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잘 갖추고 있다.

특히 감성 라인업은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의 디자인은 물론 그 섬세함까지 복원했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 출시한  X100VI는 감성 라인업의 사실상 ‘끝판왕’으로 분류하고 싶다. 이안식 카메라의 외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특징까지 모두 살려냄과 동시에 필름 카메라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색의 역사’까지 담아냈다.

X100VI는 X100 시리즈의 6세대 모델로, 이전 제품이 출시된 지 4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이전 제품 대비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받기도 하지만 이전 제품에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는 관점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어떤 카메라?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X100VI' / 조상록 기자

X100 시리즈의 6번째 모델인 X100VI는 4020만 화소 X-Trans CMOS 5 HR 센서와 고속 화상 처리 엔진 X-Processor 5를 탑재했다. 이전 세대보다 화소 수는 물론 프로세서도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이번 모델은 처음으로 최대 6스톱의 5축 바디 내장형 손떨림 보정(IBIS) 기능이 적용됐다. 그리고 20가지의 필름 색감을 담은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이 탑재됐다. 렌즈는 밝기 F2.0의 23mm 일체형 렌즈를 채택했다.

X100VI는 동영상 성능도 향상됐다. 최대 6.2K 촬영(최대 29.97p)이 가능하며, 4K 촬영 시에는 최대 59.94p로 촬영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한 번씩 물어보는 카메라

주변 사람들은 X100VI를 보면서 한 번씩 “와, 그 카메라 뭐에요?”라고 묻는다. 필름 카메라 시절을 재현한 클래식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상단 부분은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마감해 단단함과 묵직함이 느껴진다. 몸통 부분은 인조가죽 소재로 감싸고 있는데 클래식 카메라 디자인만 표방했던 제품들이 플라스틱 재질에 가죽 표면 느낌을 주는 방식과는 다른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직관적 설계

사실 이번 X100VI는 디자인만 클래식이 아니라 복원에 가까운 디테일에서부터 실제 작동 방식까지 과거 필름카메라 시절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

카메라 상단에는 셔터스피드, 노출값 다이얼 그리고 셔터 버튼이 위치했다. / 조상록 기자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들어올리면 곧바로 ISO를 설정할 수 있다. / 조상록 기자

우선 직관적 설계가 눈에 띈다. 카메라 상단에는 셔터스피드, 노출값 다이얼 그리고 셔터 버튼이 위치했다.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통해서는 1 ~ 1/4000초, 벌브 모드 등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서 인상적인 설계가 발휘된다.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들어올리면 곧바로 ISO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이 역시 다이얼을 돌려서 자동, C, 125 ~ 1만28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렌즈에 조리개값을 설정할 수 있는 조리개 링이 마련됐다. / 조상록 기자

렌즈에 조리개값을 설정할 수 있는 조리개 링 또한 직관적이며 링 양 쪽에 돌출된 부분에서 사용자 편의에 대한 디테일이 느껴진다. 실제 수평이 되도록 해놓으면 조리개값이 5.6으로 설정된다. 사진 촬영 때 굳이 안보고 손의 감각으로 현재 조리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좌측면에는 포커스 설정 스위치가 배치돼 있어 수동초점(M), 자동 연속초점(C), 자동 싱글초점(S)을 곧바로 변경할 수 있다.

전면 레버의 쓰임새

전면 레버로 광학식 뷰파인더에서 전자식 뷰파인더로 전환할 수 있다. / 조상록 기자

전면에 장착된 레버도 이색적이다. 이 레버는 이안식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안식 카메라는 카메라 좌측 상단에 별도의 뷰파인더가 배치됐는데, 실제 렌즈를 통해 촬영되는 피사체와 일치하지 않고 약간 왼쪽으로 틀어져 있다.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촬영해야 한다.

X100VI는 전면 레버를 통해 실제 촬영되는 화면인 ‘라이브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레버를 오른쪽으로 꺽으면 전자식 뷰파인더로 전환된다. 그리고 광학식 뷰파인더 상태에서 레버를 왼쪽으로 꺾으면 뷰파인더 안에서 우측 아래 조그만 라이브뷰 창이 띄워진다.

후지필름 색의 역사 담은 ‘필름 시뮬레이션’

이번 X100VI에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에는 후지필름의 색을 그대로 재현한 20가지 색상 모드가 있다. 후지필름의 상징인 ‘리얼라 에이스’를 비롯해 프로비아, 벨비아 등이 담겨 있다.

필름 시뮬레이션에는 프로비아(PROVIA), 벨비아(Velvia), 아스티아(ASTIA), 클래식 크롬, 리얼라 에이스(REALA ACE), PRO Neg. Hi, PRO Neg. Std, 클래식 네거티브, 노스탤직 네거티브, 이터나(ETERNA),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ETERNA BLEACH BYPASS), 아크로스(ACROS), 모노크롬(흑백), 세피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벨비아는 선명한 색감이 특징으로 풍경 사진이나 다양한 색깔이 담긴 공간을 촬영하기 적합했다. 리얼라 에이스의 경우 기본 색감보다 선명도가 한 스텝 높으면서도 최대한 실제 색감에 가깝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 네거티브, 노스탤직 네거티브는 옛날 필름 인화 사진의 느낌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포토샵에 가까운 이미지 품질 설정(I.Q)

X100VI는 필름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 품질 설정(I.Q) 기능을 제공한다. I.Q 모드로 들어가면 모노크롬 효과, 그레인 효과, 컬러 크롬 효과, 피부 보정 효과, 톤 곡선(하이라이트, 그림자 설정), 색 농도, 샤프니스, 고감도 노이즈 감소, 선명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통해 자기만의 색감을 곧바로 연출할 수 있다.

특유의 색감과 디테일 돋보이는 결과물

여러 기능이 담겨있어도 카메라는 결국 결과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기준에서라면 X100VI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카메라다. 사진 중심부부터 주변부까지 왜곡 없이 색감의 디테일을 잘 담아줬다. 또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빛 번짐 없이 선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러한 장점은 야경 촬영 시 효과를 발휘한다. 밤의 어두움은 그대로 살리면서 간판, 가로등, 자동차 라이트 등의 인공의 빛을 잘 표현해준다.

필름 시뮬레이션의 벨비아(Velvia) 모드로 촬영한 사진 / 조상록 기자
필름 시뮬레이션의 클래식 네거티브 모드로 촬영한 사진 / 조상록 기자
벨비아 모드로 촬영한 사진으로, 건물의 붉은 색과 하늘의 푸른 색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 조상록 기자
벨비아 모드로 촬영한 사진으로 선명한 색이 특징이다. / 조상록 기자
손떨림 보정 기능으로 야간 시 촬영에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조상록 기자
중앙부에서 주변부까지 이미지 왜곡 없는 결과물을 제공해준다. / 조상록 기자
손떨림 보정 기능으로 야간 시 촬영에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조상록 기자

총평

X100VI는 많은 매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유의 디자인에 성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형성된 듯 보인다. 후지필름은 이미지 센서와 화상 처리 프로세서를 향상시키고, 손떨림 보정 기능,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을 추가하면서 매니아 층을 더욱 단단하게 함은 물론 일반 소비자층으로까지 확장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만 무게가 이전 모델 대비 40g가량 증가한 521g이라는 부분과 가격 또한 약 40만원 상승했다는 점은 이번 모델을 기다렸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배터리 용량이 1260mAh인 점도 다소 아쉽다.

하지만 새롭게 갖춰진 기능과 X100VI이 가진 고유의 디자인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카메라임에는 틀림 없다.

IT조선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