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한과를 판매하는 ‘바오담’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사업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했다. 네이버(NAVER(035420))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기능을 이용해 기존 고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며 재구매를 유도한 식이다.

박성용 바오담 대표는 “큰 나무(플랫폼)의 과실로 먹고 사는 새싹(소상공인)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은 숲을 위해 큰 나무를 잘라버리는 것”이라며 “나무의 가지만 친다든지, 다른 묘목이 잘 자랄 수 있게 영양제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법 제정으로) 먹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박성용 바오담 대표가 온라인 플랫폼의 순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 제공

15일 국민대 플랫폼SME(중소상공인)연구센터가 주최한 ‘디지털 시대, 소상공인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 서비스와 디지털전환’ 세미나에서는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플랫폼법 제정을 놓고 규제 당국과 업계 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플랫폼을 이용 중인 소상공인의 관점에서 진행된 세미나여서 주목된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끼워 팔기 같은 불공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정위는 업계 반발을 고려해 법안 공개 시점을 뒤로 미룬 상태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이런 규제로 손발이 묶일 경우 지금 같은 서비스 지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모던복희’의 문주연 대표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매장은 물론, 골목 자체 유동 인구가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매장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인 N쇼핑라이브를 이용하게 됐다”면서 “광고 없이 상품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이었는데, 이런 기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이용이 소상공인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식당의 매출은 평균 193만원 증가했다. 인지도가 떨어지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소규모 식당은 배달 앱 도입 전과 비교해 97.6%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지영 성균관대 교수는 “쇼핑라이브를 활용해 SME서포터즈를 운영해 본 결과 관심 고객층, 고객군이 확장되고 매출도 늘어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토핑을 얹은 요거트볼을 판매하는 서울 성동구 소재 카페 ‘팀메리’는 지난해 쇼핑라이브를 4차까지 진행한 뒤 구매 연령이 30~40대로 확대되고 매출도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김도현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장은 “최근 공정위 입법 과정에서 플랫폼과 사업자의 관계를 대립 구도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일부에선 이를 착취와 피착취 관계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온라인에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이 실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