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의 현대차(005380) 부스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경험을 사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 관람객들에게 미래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이상엽 현대차그룹 부사장(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김창환 현대차·기아(000270) 전무(배터리개발센터장), 유지한 현대차·기아 전무(자율주행사업부)는 이같이 입을 모았다.

현대차가 CES 2024 부스에 조성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공간 스페이스(SPACE)./연합뉴스

현대차가 꾸민 CES 부스에는 수소 모빌리티 다이스(DICE)와 스페이스(SPACE), 시티 팟(CITY POD) 등이 전시됐다. 이들은 미래형 모빌리티로, 바퀴가 달려 있지만 자동차 형상은 아니다. 이 기계들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춤형 이동을 제공하거나, 차체를 재활용해 스마트팜으로 활용하는 등의 미래상을 담았다.

현대차가 9일(현지시각) CES 2024에서 공개한 수소 모빌리티 다이스(DICE)./고성민 기자

이 부사장은 이번 모빌리티들에 대해 “새로운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모든 것) 생태계 안에 포함돼 있는 경험 요소들을 보여주기 위한 기술과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기술을 쉽고 자연스럽게 경험하며, 그렇게 축적된 경험의 정보가 다시 혁신의 기반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CES 모빌리티들을) 디자인했다”며 “기술이 고객 경험을 위한 것으로 진화할 때, 기존의 보편적인 자동차에서 다른 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유지한 현대차·기아 전무(자율주행사업부), 이상엽 현대차그룹 부사장(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무(배터리개발센터장)./현대차 제공

유 전무는 “현대차가 연구개발(R&D)로 축적해 온 요소 기술들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로서,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차가 아닌 경험을 사는 시대’에 맞는 미래 기술 연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소프트웨어가 가장 혁신적인 회사라는 얘기를 듣지만, 테슬라를 포함해 모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톱(Top)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며 “조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현대차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모빌리티 설루션 공급자’라고 말해왔는데, 이제는 ‘청정 수소 에너지 설루션 공급자’로서 기술적 진보를 이루겠다. 그룹사에 있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