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2023년은 두성테크 베트남 생산법인이 10년을 맞은 해다. 스마트폰 물결을 타고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 두성테크는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빌리티 물결에 올라타 2030년 매출 1조원 달성이 목표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디에스솔루션즈 사무실에서 만난 양승화(43) DSP홀딩스 사장 겸 두성테크 부사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디에스솔루션즈는 양 부사장이 차린 핀테크(금융+IT) 스타트업으로 현재 이곳 대표도 맡고 있다. DSP홀딩스는 두성테크(모바일·전장 부품), 엠티콜렉션(패션), 평택항만물류(물류) 등의 계열사를, 디에스솔루션즈를 관계사로 각각 두고 있다.

양승화 두성테크 부사장은 "전장,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해 203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고운호 기자

1997년 설립된 두성테크는 서로 다른 기능의 여러 인쇄회로기판(PCB)을 전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부품으로 만드는 PBA 모듈 제조사다. 이렇게 만든 PBA는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23 등 모바일 제품에 장착된다. 올해 201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 시장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 들어간 지 오래다. 부품사 입장에선 원가·품질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두성테크에서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양 부사장은 “이런 리스크(위험 요인)를 벗어나기 위해 회로기판이 반드시 들어가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쪽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고 했다. 미국 포드의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매니지먼트(BMS)용 PBA를 작년 11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해 올해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혼다, 스텔란티스 부품 수주까지 확정됐으며 도요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커져 2028년부터는 PBA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픽=손민균

두성테크의 뿌리는 동그라미 속 ‘M자’ 로고로 유명한 메트로시티 브랜드의 엠티콜렉션이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를 양 부사장의 아버지인 양두석(75) 두성테크 회장 겸 DSP홀딩스 회장이 1997년 인수해 국내에 들여왔다.

양 부사장은 2006년 DSP홀딩스, 엠티콜렉션에서 재무 담당 이사를 맡으며 경영 수업을 본격화했다. 2015년엔 디에스솔루션즈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온·오프라인 사업자를 위한 빠른 정산 서비스 비타페이를 선보였다.

양 부사장은 “엠티콜렉션에 근무하면서 회사가 성장하는데도 정산 시점, 추가 매출을 위한 투자, 제품 제작 등으로 현금이 묶여있는 상황을 봤다”면서 “사업자들이 최대 60일까지 소요되는 정산으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비타페이에 매출채권을 양도하면 판매대금의 최대 90%를 미리 받을 수 있다. 현재 네이버(NAVER(035420)) 스마트스토어, 쿠팡, 11번가 등 2000여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비타페이를 이용하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은 상품 출고 다음 날 정산을 받을 수 있다. /DS솔루션즈 캡처

양 부사장은 패션, 제조를 넘어 핀테크까지 넘나들며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이 많으신 분”이라며 “스키, 스노보드, 골프, 인라인, 자전거 등을 즐기고 아직 외국어를 공부할 만큼 자기 계발에도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이런 젊고 열린 사고 방식은 경영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두성테크는 203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스마트폰 PBA와 전장사업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온도센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헬스케어 기기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양 부사장은 “그간 우리 역량으로 하지 못했지만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는 회사 두어 곳을 보고 있다”고 했다. 전장 사업 본격화를 위해 2024년엔 베트남 생산법인 외에 미국, 유럽 등에 신규 생산 거점 투자도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전장 등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서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향후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