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영상보안 자회사 한화비전이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알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 정부가 중국산 폐쇄회로(CC)TV 도입을 금지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은 한화비전은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발표한 IR자료에 따르면 한화비전은 올해 1분기에 매출 2736억원, 영업이익 3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3%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은 13.7%에 달한다.

지난 3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통합 보안 전시회 '세계 보안 엑스포(SECON 2023)'에 참가한 한화비전 전시 부스. /한화비전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 방산 수출뿐만 아니라 한화비전의 성장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35.5% 증가했다.

이 중 지상방산 부문이 매출 2조481억원, 영업이익 2103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고, 한화비전은 1조23억원의 매출과 14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뒷받침했다. 이익률만 비교하면 한화비전(14.34%)이 지상방산부문(10.26%)보다 높다.

한화비전의 전신은 무기 제조와 정보통신기기 사업을 영위하던 삼성테크윈이다. 한화(000880)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뒤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변경했다. 이후 지난 2018년 물적분할을 통해 방산 사업을 영위하는 존속법인의 이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영상보안 사업을 영위하는 신규법인의 이름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꿨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3월에 다시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변경했는데, 새 이름에는 차세대 비전 솔루션을 선도하고 글로벌 혁신을 주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화비전은 물적분할 전인 2017년에는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CCTV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탓이다. 이후 2018년 8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던 미국이 중국산 CCTV 도입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NDAA·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발표하며 한화비전은 반사 이익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하이크비전, 다후아, 화웨이 등 중국 보안업체가 만든 영상보안 제품의 구입과 설치를 금지했다. 한화비전은 물적분할 첫해인 2018년에 매출 3634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비전은 이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성장했다. 작년에는 북미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어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3%에 달했다.

그래픽=정서희

올해 업황도 긍정적이다. 한화비전은 올해 1분기에 북미 시장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34.1% 늘어난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한화비전은 북미시장에서 인지도와 평가가 큰 폭으로 개선됐고 앞으로도 인지도, 브랜드 제고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견조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화비전은 CCTV 판매뿐만 아니라 감시장비로 수집한 데이터를 재가공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최종 사용자에게 활용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산업군별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파킹(주차)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화비전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량 번호 인식 정확도를 높이고, 클라우드에 기반한 관제 서버로 이용자에게 주차장 내부 현황, 주차 유도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