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SM상선이 부과한 지체료(Detention Charge)와 체화·체선료(Demurrage Charge)가 부당하다며 미국 해운당국에 제소했다. FMC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운사의 운임이나 수수료 부과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가운데, 한국 화주기업이 한국 해운사를 FMC에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SM상선이 요구한 지체료(Detention Charge)와 체화·체선료(Demurrage Charge)가 과하다며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이의를 제기했다. FMC는 지난해 시행된 해운개혁법(OSRA 2022)에 따라 부당한 지체료 및 체화·체선료가 맞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체료와 체화·체선료는 대표적인 부대 운임이다. 화주가 컨테이너나 트레일러를 대여한 뒤 허용된 시간(Free Time) 내에 반환하지 못하면 해운사에 지체료를 물게 된다. 또 화주가 허용된 시간이 지나서도 컨테이너를 컨테이너 야드(CY)에서 실어 나가지 않으면 해운사에 체화·체선료를 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항만과 내륙 철도망이 마비된 뒤 대규모 지체료와 체화·체선료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화주기업들은 운송을 맡은 해운사가 책임져야 할 물류 업무를 떠넘기면서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고 반발했고, 해운사는 계약 내용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100여건이 넘는 화주들의 문제 제기가 쏟아지자, 미국 정부는 개정 해운개혁법을 시행, FMC의 지체료와 체화·체선료에 대한 조사 권한을 확대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해운사 짐(ZIM)도 FMC에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짐과 미국 내 컨테이너 운송 계약을 체결했는데, 삼성전자의 책임이 아닌 부분까지 과도한 지체료 등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짐은 2020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 7000여건의 지체료와 2000여건의 체화·체선료를 책정했다. 특히 짐이 수수료 미납 등을 이유로 컨테이너 반출을 거부하는 등 보복 위협을 해 미국 해운법을 위반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FMC는 지체료와 체화·체선료가 제때 컨테이너 반·출입이 이뤄져 물류 상황을 개선하는 목적이어야지, 해운사의 수입원이 되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관련해 FMC는 지난해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화주의 책임이 아님에도 체화·체선료를 부과했다며 200만달러(약 26억원)의 과태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SM상선 제소 건도 지체료와 체화·체선료 발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