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수출을 이뤄낸 한국 방위산업이 올해도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방산 수출에서 한화시스템(272210)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전차나 함정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육중한 무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무기에 탑재되는 ‘두뇌’라고 부를 수 있는 각종 시스템과 장비를 납품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은 감시정찰·네트워크전에 필요한 각종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지휘통제통신 시스템, 항공기용 전자장비 및 센서, 수상·잠수함 등에 탑재되는 해양시스템 등을 개발해 국내 방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방산 부문의 매출은 1조332억원으로 전체 사업의 73.83%를 책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2억원을 기록하며 기업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및 양산한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이미지.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2′에 탑재되는 레이더를 납품하며 방산 수출 행진의 물꼬를 텄다. 한화시스템은 천궁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센서인 다기능레이더(MFR)를 개발해 2020년 전력화를 마쳤으며, 올해 천궁 MFR 성능개량형(천궁-II MFR)을 양산 및 공급할 예정이다.

MFR은 탐지·추적, 전자전, 요격 유도탄 연동 등의 기능을 동시에 보유한 최첨단 레이더다. 항공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재머(방해 전파) 대응, 유도탄 포착∙추적∙교신 등 복합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난해 폴란드로 수출된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에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사격통제시스템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무기에 탑재된 사격통제시스템은 차량에 달린 조준경, 추적 센서, 통신 시스템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사격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컴퓨터로 비유하면 일종의 ‘운영 체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개발 중인 KF-21 전투기에 들어갈 능동형 위상배열(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AESA 레이더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발사할 수 있어 기존 레이더보다 추적 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훨씬 낮다. AESA 레이더 시제품은 KF-21 시제기에 달려 시험 비행을 거치며 각종 데이터를 쌓고 있고, 완제품은 KF-21 개발 완료와 동시에 양산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 1호기./한화시스템 제공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의 성능은 외적 제원도 중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통신·제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각종 통제 체계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개발된 각종 무기에 탑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의 수주 잔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4조1214억원이었던 한화시스템 수주 잔고는 2020년 4조4364억원, 2021년 5조8230억원으로 불어났다.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수주 규모도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방산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수익을 다시 UAM 사업에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미국의 UAM 기술 선도기업 오버에어(Overair) 사에 2019년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했고, 2020년부터 전기식 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370억원, 62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개발에 힘을 보탰다. 한화시스템은 UAM 개발 과정에서 보유한 항공전자 및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체 개발‧버티포트(정류장)‧교통관리 서비스 등을 제작한다.

나승두 SK증권(001510) 연구원은 “2011년 말레이시아 훈련함, 2013년 이라크 FA-50, 2017년 인도 K9 자주포, 2022년 UAE 천궁2, 2022년 필리핀 초계함 전투체계 등 굵직굵직한 우리나라 방산 수출에는 한화시스템의 전술통신체계 및 항전 장비, 전투체계 및 다기능 레이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유도무기와 접목된 레이더 관련 기술 및 노하우도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