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의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가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과 산화리튬 수입 36억76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이 32억3200만달러로 87.9%에 달했다. 2021년 83.8%보다 4.1%포인트 늘었다. 수산화리튬은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중국이 전 세계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면서 갈수록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가격도 급등하면서 대(對)중국 수산화리튬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2021년 5억5700만달러에서 지난해 32억2700만달러로 5.8배 뛰었다.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 진행하는 포스코. /포스코홀딩스 제공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역시 지난해 전체 수입 2억46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72.8%(1억7900만달러)를 차지했다. 코발트의 대(對)중국 수입 비중이 2021년 64%에서 8.8%포인트 늘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1억5500만달러에서 1억7500만달러로 증가했다.

흑연도 지난해 전체 수입 1억31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 1억2300만달러로 93.9%를 차지했다. 흑연의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7년 79.5% → 2018년 84% → 2019년 88% → 2020년 87.3% → 2021년 87.4% → 2022년 93.9% 등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높은 중국 의존도가 위협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의 원료·부품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세액공제의 절반은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재활용한 핵심 원료를 40%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만 적용한다. 2027년부터 핵심 원료의 80%로 요건이 강화될 예정이다.

우리 배터리업계는 공급망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미국 업체와 탄산리튬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SK온도 호주·칠레 리튬 업체와 잇따라 광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006400)도 호주 광물업체에서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또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통해 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25년부터 북미에서 연간 2만t의 리튬을 생산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우리 배터리 업계가 기존 점유율(26%)을 유지하려면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개별 기업의 활동으로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꾸준한 해외자원 개발·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