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5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 2023′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도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30일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가 추산한 결과를 보면, CES 2023에는 500여개(기관 제외) 한국 기업이 참가하는데 이 중 350여개사는 스타트업이다. 참가 스타트업 수는 역대 최대다. 2017년만 해도 28개사가 참가했는데, 매해 세계 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CES 2023 최고혁신상에 이름을 올린 스타트업 닷의 '닷 패드'. 사용자가 출력된 이미지를 촉각으로 확인하고 있다./닷 제공

CES 혁신상에도 100여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이름을 올렸다. 혁신상은 CTA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2010년에 혁신상 수상 제품이 하나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술 또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혁신상 중 최고 영예인 ‘최고혁신상’ 부문에는 닷, 마이크로시스템, 지크립토 등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SK(034730)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최고혁신상은 전 세계 15개 회사, 17개 제품·서비스만 선정됐다.

시각 장애인용 디바이스(기기)·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스타트업 닷의 촉각 디스플레이 ‘닷 패드’는 “기술이 어떻게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게리 샤피로 CTA 회장)”이라는 CES 주요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선추적 기술로 교육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는 스타트업 비주얼캠프도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그래픽=손민균

인공지능(AI), 데이터 같은 주요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다수 혁신상에 이름을 올렸다. AI를 통해 음원에서 반주와 목소리를 분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가우디오랩은 음량 평준화 기술, 공간 음향 기술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의 에너지관리시스템 ‘에너지스크럼’은 AI로 에너지 수요·공급을 예측,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산전원을 통합 관리해주는 기능으로 지속 가능성, 스마트 에너지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스타트업 에이딥은 AI 실내 공기질 측정기로 스마트홈 분야 혁신상에 선정됐다. 미세 먼지 농도나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 흡연, 화재와 같은 이상 공기질 발생 시 오염도를 측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행동 가이드를 공기 청정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안내하는 식이다. 의료 AI 기업 웨이센은 실시간 영상분석 기술, 의료 빅데이터 분석 기술에 대한 기술력을 글로벌에서 인정받아 혁신상을 수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상을 수상하면 글로벌 레퍼런스(경험)가 되기 때문에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기술·제품 도입에 대한 문의가 온다”면서 “기술력 자체를 보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기술이 어느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까지 평가하는 트렌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