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누르다가 손가락이 시리면 핫팩으로 녹이고 일하길 반복한다. 이제 겨울 초입인데 걱정이다.”(한국전력(015760) 직원.)

지난주부터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공기관들이 ‘겨울철 에너지절약 5대 실천 강령’에 따라 실내 난방 온도를 17도 이하로 제한하면서 직원들이 추위와 싸우면서 일하고 있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오는 가운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나 국민의 참여가 없으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른바 ‘겨울철 에너지 절약 5대 실천강령’을 시행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건물 난방온도 17도 이하로 제한 ▲겨울철 전력 피크 시간대(오전 9시·오후 4시) 난방기 순차 운휴 ▲근무 시간 중 개인 난방기 사용 금지 ▲경관조명 소등 ▲업무시간 실내조명 3분의 1이상 소등(전력 피크 시간대 2분의 1 이상) 등이다.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찾아온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시내 건물들에서 난방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절약 실천강령이 시행된 지난 10월에는 사무실이 어둡다는 불만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영하권(서울 기준)으로 떨어지자 난방 문제가 불거졌다. 한 지역항만공사 직원은 “오전에 난방을 끄면 부쩍 서늘해졌다”며 “몸은 내복을 입으면 괜찮은데, 발끝과 손끝이 문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동절기 실내 온도 제한은 기존 18도에서 17도로 1도 내린 것이고 개인 난방기 사용 제한도 이미 도입 중인 기관이 많았지만, 올해는 특히 더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최근 들어 “회사에서 난방 안해줘 감기 걸렸는데 산재 처리되느냐”(한전), “추워서 일 집중도 안 되고 다들 핫팩만 만지고 있다”(서울시), “너무 춥다. 형광등도 못 켜고”(한국장학재단)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의 고삐를 죄는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급증한 에너지 수입 규모는 우리나라가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총 426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3대 에너지원(원유·천연가스·석탄) 수입액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은 748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웃돌았다. 2023년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에너지 소비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전체 건축물 에너지사용량 3434만4000TOE(석유환산톤) 가운데 59.1%(2029TOE)는 주거용이 차지했다. 이어 근린생활시설(13.9%), 업무시설(5.9%), 교육연구시설(4.8%) 순이었다. 정부는 가정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주변 단지·세대보다 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시백’ 등을 확대 시행했지만 참여율은 당초 예상치의 20% 수준에 그쳐 추가 모집에 나선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직원은 “공공기관이니까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 효과를 내려면 가정이나 민간 기업이 동참해야 하는 데 이와 관련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값이 많이 올라 (무역수지) 적자가 났는데,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할지 우리 스스로 많이 고민해야 한다”라며 “정부에도 이야기 하지만, 밤에 라이트(조명) 켜고 골프 치지 않는다든지 우리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부터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역협회가 있는 무역센터의 경우 올해 전기사용량이 지난해보다 28% 감소한 9만6000㎿h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