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더 금리가 오르기 전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도 내년 4월 3차 상속세 납부 기한이 다가오면서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최근 ㈜LG 주식 315만8557주를 담보로 162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신증권(003540)에 65만8557주를 담보로 360억원을, 한국증권금융에서 250만주를 담보로 1260억원을 각각 받았다. 현재까지 구 회장은 보유 중인 ㈜LG 주식(2509만6717주)의 45%가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LG그룹 제공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대출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LG 지분 중 1512만2169주를 상속받았다. 구광모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7162억원이었다. 현행법상 대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받으면 할증까지 더해 최고세율 60%가 적용된다.

구 회장은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연부연납)하기로 하고 그해 11월29일 1차 상속세를 납부했다. 내년이 상속세 마지막 납부다.

조원태 회장도 최근 한진칼(180640) 주식 17만5000주를 담보로 하나증권에서 13억원을 대출 받았다. 2019년 4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보유 지분을 유족들이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눠 받았다. 당시 유족이 납부할 상속세는 2700억원이었고, 조원태 회장 몫은 600억원 수준이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진칼과 대한항공(003490)의 실적 부진으로 배당을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상속세를 대부분 주식 담보 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대출을 위해 금융사에 담보로 잡힌 한진칼 주식은 총 207만5000주(보유 주식의 54%)에 달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제공

이재용 회장도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 2조9000억원을 연부연납 중이다. 내년 4월에 3차 상속세 납부가 돌아온다. 지난해 1차에는 주식담보대출을, 올해 2차에는 소유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최근 삼성전자 배당이 증가 추세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보수적인 배당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주당 1932원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올해 실적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배당 여력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39%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8조37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회장도 지분 매각보다는 배당금에 주식담보대출을 더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