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기업 대동(000490)이 농업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다. 대동 트랙터에 장착된 텔레매틱스(차량 내 무선 통신 서비스) 단말기와 사용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대동 커넥트’를 기반으로 트랙터와 작물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동은 지난 22일 대동 달성공장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나영중 AI 플랫폼 추진단장은 “농기계를 만들어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을 쌓아서 농업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플랫폼 전략”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농민들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대동의 대구 달성공장에서 제조된 북미 수출 브랜드 카이오티(KIOITI) 중소형 트랙터. /대구=이은영 기자
대동커넥트 실행 화면. /대동

플랫폼 사업은 크게 ▲원격진단 ▲데이터 상품화 ▲부품·서비스 상거래 ▲영농 컨설팅 ▲엔지니어링 피드백 등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텔레매틱스 시스템으로 위치 정보, 작업 정보, 차량 정보, 운영 정보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큰 틀이다.

기기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수리하는 것을 넘어 고장을 예방하고, 차량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을 출시해 사고에 대비한다. 그때 그때 필요한 부품이나 서비스를 이 플랫폼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의 농업 데이터와 대동의 전문가 데이터를 결합해 이용자에게 농업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익성은 유상 원격 수리 서비스, 맞춤형 보험상품 판매 중개, 농자재 판매 중개 등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특히 농자재 시장은 약 2조5000억원 규모인 농기계 시장보다 8배 큰 2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대동은 농자재 시장의 고객이기도 한 농기계 고객을 통해 이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나 단장은 “다만 대부분의 영농이 고령층이기 때문에 앱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숙제다. 75년간 쌓은 영업망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며 “가입자가 3만명에 이르면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거라고 본다. 그 시기는 2025년으로 보고 있다. 2027년까지 가입자 10만명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대동의 엔진공장에서 조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구=이은영 기자

여기다 대동은 스마트공장을 고도화하고 최대 생산량을 늘려 제조 품질과 효율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대동은 지난해 대동만의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MES(제조실행시스템)을 재설계해 도입했고, 올해엔 생산 제품별 기본 조립값을 실시간으로 설정해 작업자에게 매뉴얼을 자동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생산 제품 제조 품질 지수(DPHU)와 완제품 검사 합격률을 연초 대비 각각 45%, 10% 개선했다.

또 대동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지게차 생산 라인을 트랙터 라인으로 전환해, 트랙터 연 최대 생산량을 4만대에서 5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국내 4개뿐인 엔진 제조기업 중 하나인 대동은 엔진 생산 라인도 증설한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6만4000대에서 8만6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동은 국내 최초로 미국과 유럽의 환경규제 인증 엔진을 개발했는데, 이를 발판삼아 업계 최초로 3.8리터(L) 디젤 엔진을 개발했고 1.2L 디젤 엔진도 내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대동의 대구 달성공장에서 북미 수출 브랜드 카이오티(KIOTI)의 중소형 트랙터가 조립되고 있다. /대구=이은영 기자

북미 조립 라인 확충 계획도 밝혔다. 대동은 현재 70개국에 농기계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1792억원 중 해외 매출은 7746억원이었다. 특히 북미 매출 비중이 큰데 대동 트랙터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2017년 4%대에서 올해 7~8%대로 성장했다. 내년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재억 공장장은 “100마력 이하 중소형 모델이 전체 북미 트랙터 시장에서 7~10% 점유율을 보이는 건 매우 높은 편”며 “내년 6월부터 노스캐롤라이나에 작업기 조립 라인을 2개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조립에 이어 양산도 수년 내 시작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