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Boeing)에 이어 유럽 에어버스(Airbus) 경영진도 한국을 찾는다. 글로벌 주요 항공기 제작업체 경영진들이 신사업 핵심 파트너로 한국을 꼽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방산업계가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면서 방산 분야 협업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D&S)의 마이클 숄혼(Michael Schollenhorn)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숄혼 CEO는 산업통상자원부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면담이 예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고, 함께 수출할 수 있도록 협력 사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숄혼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D&S) 최고경영자. /에어버스 홈페이지 캡처

데이비드 칼훈(David Calhoun) 보잉 CEO도 지난 4일부터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등 주요 기업 경영진과 만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비롯한 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칼훈 CEO는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만나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위 민간 항공기 제작업체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방위사업부문 CEO도 지난달 말 한국에 와서 국내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주요 항공기 제작업체 경영진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하는 배경으로 우선 우리 기업의 높은 기술 경쟁력이 꼽힌다. 전 세계 UAM 시장규모가 2035년에 740억달러(약 1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항공업체들은 성장성이 큰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제작시장에서는 우리 기업의 입지가 작지만, 제조나 IT 등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좋은 사업 파트너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제3차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대 7대 항공산업 국가를 목표로 항공기와 UAM, 인프라, 유지보수(MRO) 사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국내 항공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키워 생산규모를 2035년까지 기존의 4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폴란드 공군 요구도를 적용한 FA-50PL 그래픽형상. /KAI 제공

방산 분야의 경우 방위사업청이 ‘한국산 우선 획득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영향도 있다. 한국산 우선 획득제도는 국방중기계획 기간(2021~2025년)에 방위력 개선비 100조원 중 80조원을 국내 방위산업체의 연구개발(R&D)이나 제품 구매에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국외 지출 규모는 20%로 상한을 뒀다. 또 국외 구매 사업을 진행할 때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이나 기술협력 등을 제안서 평가에 반영하고, 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가 FA-50 경공격기를 비롯해 올해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약 24조원)의 수출 성과를 올리며 위상도 달라졌다. 정부 관계자는 “FA-50 경공격기를 수출하고 KF-21 시험비행에 성공하는 등 성과가 나고 있다”며 “이에 주요 항공기 제작업체들도 방산 수출이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