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전기요금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를 내년에 ㎾h(킬로와트시)당 최대 50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올해 인상분(9.8원)보다 5배 넘게 많은 수준이며, 현재 판매단가의 40% 수준에 달한다. 기준연료비는 지난 1년치 연료비에 따라 책정되는데, 올해 내내 연료비가 높은 수준을 보인 만큼 이같은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50원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어 다른 전기요금 항목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

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다음달 말 발표할 내년도 기준연료비를 kWh당 40~5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기준연료비는 kWh당 9.8원 인상됐다. 현재 한전이 ㎾h당 130원대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연료비로 전기요금이 최대 4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조선DB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전력량요금에 기준연료비가 포함된다. 기준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석유 등 무역 통관 가격의 직전 1년간 평균치를 반영해 산정한다. 지난해 ㎾h당 9.8원 인상된 것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LNG 가격이 20.7%, 유연탄 20.6%, BC유 가격이 31.2%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의 경우 연료비가 연초부터 치솟은 만큼 내년 기준연료비는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물 기준 LNG 수입가격은 지난 9월 톤(t)당 1465.16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1월(805.44달러) 대비 무려 81.9% 오른 수준이다. 유연탄은 같은 기간 t당 131.1달러에서 177.25달러로 35.2% 올랐고, BC유(세전가 기준) 역시 지난해 11월 리터(ℓ)당 728.45원에서 올해 9월 951.13원으로 30.6% 상승했다. 분기당, 연간 상하한폭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연료비가 급등해도 조금씩 올릴 수밖에 없는 연료비 조정요금과 달리 기준연료비는 제한이 없다.

정부는 내년 기준연료비의 급격한 인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국민 부담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기준연료비 인상분을 1월부터 적용해야 하지만, 국민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라며 “내년 기준연료비 인상분을 어느정도 기간에 걸쳐 적용할지, 얼마씩 나눠 적용할지 등은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인상분 9.8원이 4월과 10월에 4.9원씩 두 번에 나눠 인상됐지만, 내년은 인상폭이 확대되는 만큼 여러 번에 걸쳐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인상분을 균등 배분해 적용하기보다는 물가 전망에 따라 국민 부담이 높을 때는 적게, 국민 부담이 낮을 때는 많이 올리는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

기준연료비가 ㎾h당 최대 50원 올라도 다른 전기요금 항목의 추가 인상 필요성은 여전하다. 앞서 한전은 올해 예상되는 적자 30조원을 해소하려면 4분기에만 전기요금을 ㎾h당 260원 올려야 한다는 추산을 내놓은 바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기준연료비를 대폭 올려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 상태는 해소하기 어렵다”며 “다른 전기요금 항목의 인상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