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멈췄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3기가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내 철강 제품 생산을 위한 하공정이 모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산업계 연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고로 3기와 일부 제강 공장의 정상 가동으로 철강 반제품(슬라브 등) 생산을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10일 3고로를 시작으로 전날 4고로와 2고로도 정상화했다. 또 전로(Converter) 7기 가운데 4기와, 연주 8기 가운데 4기를 이날부터 재가동했다.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한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고체 형태의 철강 반제품을 만드는 상공정이 조업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여파로 고로 3기가 모두 ‘휴풍(임시 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일주일만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연주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추석 연휴에도 연인원 3만명이 복구 작업에 매달리면서 목표 일정을 맞췄다. 최정우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 회장은 전날 포항제철소를 찾아 “침수와 복구과정에서 제철소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 보여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서두름 없이 규정된 절차에 철저히 입각해 복구작업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하공정이다.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 설비들의 복구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압연공정 지하 시설물들이 침수됐다. 포스코 안팎에선 복구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설비의 배수 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됐고,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를 완료해 전력을 투입했다”면서도 “압연라인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복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철강 유통 가격도 상승 전환했다. 스테인리스강(STS) 냉연 유통가격은 톤(t)당 410만원으로 일주일 새 10만원 올랐다. STS 냉연 유통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 4월 이후 22주 만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 2제강공장은 침수 피해뿐만 아니라 불까지 나 복구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사 관계자는 “재고가 소진되면 다음주부터 열연 등 다른 철강재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3고로.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우선 이날부터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하고 재고를 풀기로 했다. 광양제철소도 최대 생산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소에서 만든 철강 반제품을 광양제철소로 옮겨 완성하는 전환 생산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에서 포항제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자동차와 조선, 가전, 건설 등 철강 수요산업들의 연쇄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85만t으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24%를 차지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가동률을 100%로 운영해도 포항제철소 물량을 다 감당할 수 없다”며 “포스코 포항제철소 주변 철강 공장들도 피해를 봐 연말까지 수급 문제가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