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가 심한데 유산균이 효과가 없네요. 뭘 먹으면 좋을까요?”

“관절이 아파 칼슘을 먹고 싶은데 부작용이 걱정입니다. 1일 칼슘 권장량과 부작용이 궁금합니다.”

“영업직이라 주 4회 정도 술자리가 있고, 흡연 중입니다. 피로가 잘 안 풀리는데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영양제 추천해주세요.”

코로나19로 꾸준한 건강관리, 면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며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연 5조원(2021년 기준, 건강기능식품협회) 규모로 성장하자 개인 맞춤형 건기식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 유전자 등에 맞춰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건기식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정부가 2024년까지 소비자 수요에 따라 건기식을 소분 판매할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예고하면서 관련 업계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헬스케어, 식품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맞춤형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호텔·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데일리호텔’을 2019년에 ‘야놀자’에 매각했던 신인식 대표는 지난해 ‘필라이즈(Pillyze)’라는 회사를 다시 차리고, 최근 영양제 조합 분석 서비스를 내놨다. 영양제를 뜻하는 ‘필(Pill)’과 분석하다는 뜻의 ‘애널라이즈(Analyse)’를 뜻하는 필라이즈는 개인 건강 데이터를 통해 맞춤 건기식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필라이즈 조사에 따르면, 영양제를 섭취하는 사람들의 3분의 1가량은 최적 섭취량을 넘어서 영양분을 과다 복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9.5%는 필수 영양분 부족, 16.5%는 부작용 위험이 있는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라이즈는 복용 중인 영양제를 등록하면 국가건강검진 기록, 기저 질환, 건강 고민 등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영양제를 안전하게 먹고 있는지 판단해준다. 이달 1일에는 영양제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을 등록하면, 전문 약사·영양사가 건강 데이터와 복용 중인 약물, 영양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맞춤 답변을 제공하는 ‘영양제 질의응답(Q&A)’ 서비스를 내놨다. “녹차추출물을 먹으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건강검진 결과상 현재 간 질환을 주의해야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아요”라는 전문 약사의 답이 돌아오는 식이다.

2020년 4월 ‘건기식 소분 판매’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 운영사로 선정된 스타트업 ‘모노랩스’ 역시 최근 12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모노랩스는 현재 맞춤형 건기식 소분 정기 구독 서비스 ‘IAM(아이엠)’을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의약품 유통으로 신사업 채비도 하고 있다. 올라케어, 굿닥 등 비대면 진료 업계도 수익을 위해 건기식 사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중계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닥터나우도 이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잘 알려진 ‘캐시워크’ 운영사 넛지헬스케어는 의사가 직접 개발한 저당·저탄수화물 식음료를 판매하는 자체 건기식 브랜드 ‘키토선생’을 선보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11번가를 비롯해 국내 주요 온라인 마켓의 상품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도 올 10월 콤부차를 시작으로 자체 건기식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어느 정도 끝난 올 상반기에도 건강 분말이나 다이어트 차 등 간편한 제형의 건기식이 꾸준히 인기인 것을 확인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24년 소분형 건기식 시장이 본격 열리기 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가 정착돼 가는 분위기이고, 지출액도 점점 늘고 있어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