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술로 노동판을 바꾸는 HR테크 기업이 뜨고 있다. HR테크 기업은 채용에서부터 관리, 교육, 인재 유출 방지까지 다방면에서 기술을 활용한 혁신 기술로 채용은 물론, 업무, 인적 관리의 시간적, 물리적 제약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불러온 대퇴직(Great Resignation) 사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긱 워커(gig worker⋅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의 증가, IT 기술 인력난 심화 등은 HR테크 산업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는 2020년 228억달러(약 30조원)에 달했던 HR테크 시장이 2028년 356억달러(약 4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조선’이 HR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겸 인사 조직 부문 리더. 연세대 경영학,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MBA, 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전 UBS홍콩지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전 웅진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 /안소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후, 미국에서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근로자는 4740만 명으로, ‘대퇴직(Great Resignation) 시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꺾였던 소비심리가 금세 되살아났지만, 일손이 부족한 탓이다. 미국 기업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올리거나 관행을 바꾸면서까지 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구직자 우위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능력 있는 인재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손쉽게 자리를 옮기는 이직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은 덕분이다. 2021년 국내 이직자 수는 1105만7000명으로, 10년 전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코노미조선’이 7월 22일 만난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겸 인사 조직 부문 리더는 “지금은 대퇴직 시대가 아니라 대탐험(Great Exploration) 시대”라며 “과거와 달리 구직자 우위 시장이 된 만큼, 기업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직 시장의 미스매치로 인재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기업 문화를 혁신하지 않거나, 기존 채용법만 고수하는 기업은 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퇴직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필자인 키이스 페라지는 대퇴직을 ‘대탐험’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직업,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과정이라고 본 거다. 이 발언에 동의한다. 지금은 과거 어떤 시점보다 시장의 미스매치가 큰 상황이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바와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가 다른 거다.”

대퇴직이라는 단어가 미국에서 나온 단어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비슷한가. 

“아니다. 팬데믹 당시 미국 정부가 국민에게 워낙 많은 퇴직수당을 줘서 직업 없이 생계 유지가 가능했다. 점차 퇴직수당이 줄어 내년에는 많은 이가 다시 직장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퇴직수당이 많지 않아 이러한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느 때보다 퇴직자가 많고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다. 앞으로 직원들이 계속해서 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될 거다.”

국내 기업들이 인재 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데이터과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새로운 유형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인재들의 수가 적다. 전문 인력들에게는 스톡옵션 주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선택지가 너무 많다. 자연스레 구직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채용 시장 힘의 논리가 완전히 바뀌었다. 바이오, 반도체 등 기술을 가진 인력들의 몸값이 급등했다.”

그렇다면 채용 방식이 달라졌나. 

“과거만큼 신입 공채를 활용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10여 명을 공채로 뽑는다고 생각해보라. 쉬운 일이 아니다. 공채로 시간 낭비, 돈 낭비하기보다 상시로 전문가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앞서 말한 힘의 균형 변화와도 비슷한데, 과거에는 이름 있는 대기업이 채용한다고 하면 구직자들이 줄을 섰다. 요즘에는 구직자가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인지’ ‘내가 원하는 일인지’ 판단해서 선택한다. 기업과 구직자의 원하는 바가 같아야 하는 거다. 기회가 있으면 이직하는 분위기가 생겨 공채로 많은 직원을 뽑아서 교육하고 투자하는 효용이 크지 않다. 자연스럽게 수시 채용을 선호하게 된 거다.”

많은 기업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결책은. 

“채용 방식만 바뀌는 게 아니라, 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당장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인재를 찾고, 연봉 높게 주겠다며 인재를 데려온다고 해도, 입사 후 원하는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퇴사한다. Z 세대(1997~2010년생)는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이 내 삶의 목적과 맞는지, 업무 수행 방식이 투명한지, 나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율성을 제공하는지 확인한다. 회사 자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돼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경영자 입장에서 인사 제도를 급격하게 바꾸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존에 일하던 사람과 새로 입사하는 사람 간 입장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 ‘이게 진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일까’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필요한 인력은 부족한데, 필요하지 않은 인력도 너무 많이 쌓이는 것도 고민이다. 이들을 해고할 수는 없으니까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재교육 등 채용 외에 다른 방법을 이용할 수는 없나. 

“리스킬(reskill), 업스킬(upskill)이 주목받은 지 몇 년 됐다. 하지만 재교육으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 아마존 같은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을 단기 채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1년에 몇 달은 일하고, 몇 달은 쉬겠다’라는 생각을 가진 인력도 많아져서 가능한 것으로, 유연한 고용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HR 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올해 구글이 선보인 직원 평가 시스템 ‘구글 리뷰와 개발(GRAD)’을 보면, 승진할 기회를 일 년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다.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빨리 증명하고 싶어 하고, 지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을 반영한 거다. 네이버는 전면 재택근무제도를 실시하고, 토스는 직원을 뽑을 때 직무설명만큼 사내 복지와 혜택을 설명한다. 재직자들도 인터뷰를 통해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잘 알려준다.

BCG도 이 부분에서 상당히 잘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자기가 평소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신념 등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직원들의 리프레시를 위해 유연 휴가(flexible leave) 제도를 운용한다. 사유를 적지 않아도 몇 달씩 쉴 수 있다. 무급이긴 하지만 이용하는 인력이 많다. 10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12명 뽑아두고, 늘 2명은 휴가 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인사팀을 다시 뽑는 것도 인사 제도 혁신 방법의 하나다. 미국 금융사 캐피털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하면서 채용팀을 실리콘밸리 근무자로 모두 다시 뽑았다. 구직자 눈높이에 맞춰 인사 전략을 다시 짠 거다. 오래된 기업의 인사팀원이 ‘우리 회사 문화는 내가 가장 잘 알아’ 해버리면, 좋은 인재를 뽑기 어렵다.”

변화에 발맞춰 인사담당자가 갖춰야 할 능력은.

”인사담당자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실 인사팀은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다. 인사제도는 바꿀 때마다 잡음이 생겨 가능한 한 바꾸지 않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고 싶다면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 여러 고용 방식을 시도해보고, 직원들이 특별한 보상을 원하면 보상도 줘보고, 다이내믹한 인사 전략을 써봐야 한다.

CEO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택근무 도입 같은 전사적 의사결정은 감히 인사팀이 할 수 없다.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라. 좋은 인재가 안 뽑힌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라.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냐’고 말이다. 젊은 직원들이 주류가 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질 거다. 인재를 뽑고 유지하는 건 CEO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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